[김시래기자의현장] 미래에셋의 튀는 '부동산 생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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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부동산 가치는 로케이션(location·입지)이 결정할 것이다.”

미래에셋투자연구소의 강창희 소장이 요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제조업·공장·신도시의 시대’에서 ‘금융·서비스·도심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부동산의 가치 결정 구조도 바뀐다는 얘기다. 금융·서비스업 본사는 대체로 뉴욕·런던·도쿄와 같이 글로벌 도시의 한복판에 자리를 잡고 있다. 따라서 도심에서 교외로 자원이 나가던 것과 반대로 앞으로는 다시 도심이 주목받는다는 주장이다.

강 소장은 얼마 전 경기도 용인의 한 시의원과 만나 나눴던 얘기를 꺼냈다. 용인은 미래산업이 없고 아파트만 있어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시의원이 걱정했다고 한다. 직업을 찾기 위해 젊은이들이 금융·서비스 업체가 몰려 있는 대도시로 점점 더 몰려갈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일본의 경우 이미 신도시 쇠퇴-도심지 부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인구변화 측면으로도 분석된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자녀의 수)은 지난해 1.26명으로 떨어졌다. 일본과 같이 신랑도, 신부도 부모로부터 각각 집 한 채를 물려받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강 소장은 “10년 내에 아파트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져 값이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반면 금융·서비스업의 꾸준한 성장으로 수요가 늘어날 도심 빌딩은 값이 올라갈 것이라는 게 미래에셋의 생각이다.

◇산업재편 따라 부동산 가치도 변화=‘중소도시의 일반 건물보다는 대도시의 오피스 빌딩을 주목하라.’ 이게 부동산을 보는 미래에셋의 눈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런 생각은 오래전부터 도쿄·뉴욕 등 외국 대도시의 부동산 동향을 눈여겨봐온 박현주 회장에게서 나왔다고 한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이 ‘주식펀드 투자시대’를 이끈 데 이어 ‘부동산펀드 투자시대’도 선도하고 싶어 한다. 일반인도 주식에 투자하듯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는 의욕이다.

이미 미래에셋은 부동산 펀드 자금을 국내외 도심 빌딩 23곳에 투자했다. 서울은 여의도·강남에 집중했다. 최근 여의도의 파크원 오피스빌딩(72층·59층짜리 두 동)을 1조3800억원에 매입했다. 이보다 앞서 여의도의 대우증권 빌딩과 한국유리빌딩도 샀다. 부동산 펀드를 운용하는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서울 강남의 대치동(퍼시픽타워·스타디아빌딩), 역삼동(PCA타워), 삼성동(엠타워)에 투자했다.

◇전원주택 투자도 별로다=“임대아파트나 주상복합건물 한 채를 사서 노후에 먹고 살자.” 1970년대 미국 직장인들은 이런 꿈을 꿨지만 대부분 깨졌다고 한다. 임대아파트나 주상복합건물이 노후화하면서 주변이 슬럼가가 되고 자연히 가치가 떨어진 결과다. 임대아파트 투자는 재미없다는 것이다.

그는 전원주택 투자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우뚱한다. 선진국의 경우 전원과 자연을 즐기러 갔던 은퇴자들이 다시 도심으로 나오는 추세라고 한다. 노후의 생활조건은 ‘사람+재미+의료’가 있어야 한다. 문화·의료 시설이 없는 전원에서 살기 힘들다는 얘기다.

‘한국은 땅이 좁아 언젠가는 지방의 부동산 값도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도 틀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우리는 18세기 후반 영국과 비슷하다”고 했다. 당시 급등하던 영국 땅값은 밀을 수입하면서 폭락했다. 밀 경작지가 남아돌면서 땅값이 떨어진 것이다. 우리도 앞으로 기업들이 중국의 동북 3성에서 넓은 농지를 빌려 농작물을 재배해 들여오면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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