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생활과 풍속의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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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광복 50년은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속도만큼이나 우리의 생활문화를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먼저 의식주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62년 서울 마포에 첫선을보인 아파트는 보편적인 생활공간으로 자리잡았지만 최근엔 도시 인근의 전원주택을 선호하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도시탈출 바람이다. 소비패턴도 크게 변해 70년대이후 재래시장을 뒷전으로 몰아낸 슈퍼마켓 출현에 이어 24시간 편의점.가격파괴 할인판매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허기진 배를 채워주던 「꿀꿀이죽」은 63년 라면의 등장으로 퇴장했고,88년엔 맥도널드 햄버거점이 서울에 상륙한 것을 시발로 외식산업이 크게 번창하고 있다.
50년대 등장한 「몸뻬」차림은 70년대 맥시스커트.판탈롱.청바지패션에서 유니섹스 모드를 거쳐 최근엔 배꼽 티셔츠까지 등장했다. 정보화.개방화의 물결은 전통생활 기반을 흔들어 놓았다.
집에 앉아 쇼핑과 은행결제를 하고 홈오토메이션이 가사를 돕는 시대가 꿈이 아닌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그만큼 생활 동선이 짧아지고 소득이 뒷받침됨으로써 레저.스포츠를 즐기는 인구의 증가를 가져왔다.
사치스럽게 여겨졌던 골프를 즐기는 인구도 1백50만명에 이르렀고 토요일 퇴근직후 바로 자가용을 이용해 가족과 함께 여행지로 떠난다.
휴가철이면 마음먹고 아예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도 늘었다.
작년 한햇동안 출국한 3백15만4천여명중 40%가 순수 관광객이었다. 이는 소득증대에 따라 생긴 여유에도 기인하지만 한편으로는 현대 도시생활이 그만큼 척박해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치열한 경쟁의식.산업공해.교통난등이 도시생활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기업들이 연공서열 방식 인사체계를 뜯어고치면서 가장인 직장인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커졌다.
40대가 되면 자신의 진퇴를 결정해야 하는 직장인의「조로(早老)」문제가 표면화됐다.컴퓨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이른바 「컴맹」들은 자리를 지키기 어려워졌다.
외국어도 영어는 기본이고 중국어와 일본어등을 더 챙겨야 할 지경이다.
경제개발이 본격적으로 착수된 60년대의 샐러리맨들은 몸으로 부딪치며 회사일에 매달렸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여성들의 취업기회가 늘자 맞벌이부부가 급증했다.전체 여성취업자 7백80만명중 75%가 기혼자다.
이혼율도 증가했다.70년 1천명당 0.39명에서 지금은 1.
5명이 갈라선다.광복 반세기는 풍속에 대한 규제로 이어지기도 했다. 〈표참조〉 그러나 88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 이후부터본격적으로 불어닥친 개방화는 최근엔 세계화로 발전돼 지구촌 시대를 실감나게 하고 있다.
우리의 광부.간호원등이 독일등 선진국들의 부족한 일손을 메우며 외화를 벌어들여야 했던 60,70년대와는 상황이 거꾸로 됐다.90년대 신도시아파트 건설붐을 타고 인력난이 극에 달하자 중국.동남아인력들이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했고 합법 이건 불법이건 지금은 줄잡아 10만명에 가까운 외국인력이 한국땅에 머무르고 있다 사회 구석구석이 이처럼 급속히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이 교육열이다.대학생수가 1백10여만명에 달해 전체인구 대비 대학진학률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특별취재팀=林容進.高允禧.李揆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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