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 박경철 "미국과 중국, 희망가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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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으로 임무를 마친 시골의사 박경철(43)씨가 다시 증시로 돌아왔다. 지난 9일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서 열린 투자전문지 'KRX' 창간 1주년 기념 투자 강연회에 참석한 박씨는 "현재 국내 경제 상황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나 더 나빠질 것도 없는 상황이다. 변수가 발생하더라고 무리 없이 해결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증시 혼란기의 투자전략을 강의했다.

박씨는 주가 2000선을 이끌 주도주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꼽았다. 최근 6개월 동안 거래량을 살펴볼 때 가장 많이 증가한 종목이 바로 이 둘이라는 것이다. 또 주가지수가 2000선에 안착한 이후에는 금융과 IPTV관련 주들이 유심히 살펴볼 것을 권했다.

반면 이 주도주가 무너진다면 최악의 경우 1300선까지 후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펀드에 대해서는 “주가지수가 1800선에 도달하면 소규모 펀드런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작년 말부터 펀드에 가입해있던 사람들이 원금을 보전하기 위해 환매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과 중국, 희망가는 없다=박씨는 미국에 대해 “거인이 석양을 등지고, 용트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비유를 해 청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서브프라임 위기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공적 자금을 투입해 진화를 하겠지만 소비중심인 미국의 경제와 달러의 약세가 결국 미국 경제를 무너지게 할 요인으로 작용한단는 분석이다. 문제는 새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어떤 변수가 생기느냐는 것이다. 가장 큰 변수로 씨티은행을 꼽았다. 월가에서 불안하다는 얘기가 흘러 나오면 투자를 중지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세계 경제의 핫 이슈로 급부상한 중국에 대해서도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중국 경제는 지나치게 고평가되어 있어 작년 말에 비해 중국 주가지수가 40%이상 떨어졌지만 상하이 A지수의 경우 2500선까지 더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중국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이유는, 중국 기업들이 생산이 아닌 주식투자로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CFO들이 객장에 앉아서 돈을 벌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의 재무제표에 속지 말라”고 강조했다. 중국 기업의 회계장부는 과거 우리나라처럼 불명확하고 숨기는 것이 많다고 언급했다.

두 번째 이유는, 주식을 살 사람은 다 산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 투자자가 1억명이고 아직도 9억 명이 남았다고 하지만 이 9억명은 주식의 주자도 모르거나 투자에 대해 생각도 안해본 사람들”이라며 단순한 숫자에 현혹되지 말라는 설명이다. 더군다나 부동산의 가격하락으로 부자들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이어서 주식시장은 수요보다는 공급이 넘쳐나는 상황이 도래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 번째 이유는, 베이징 올림픽의 장미빛 전망도 거짓에 불과하다는 것.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제외하고 어떤 올림픽에서도 주가가 오른 곳이 없는 상황에서 낙관론은 잘못된 것이라며 여기에 티베트의 인권 문제는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마지막 이유이자 중국의 가장 큰 문제점인 ‘정확한 정보의 통제’를 들었다. “중국의 단점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엄청난 문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묻히고 있지요.” 이런 정보 통제로 인해 결국 중국의 문제점이 부각되지 못한 채 희망가만 울려퍼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증시 변동기일수록 기본에 충실하라=국내 경제에 대해서는 “2차 산업에서 3차 산업으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지적했다. 현재의 국내 경제는 미국의 20년 전, 일본의 10년 전과 같은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얘기다. 2007년에 조선업 외 다른 2차 산업의 실적이 좋았던 것도 3차 산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운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조선업계의 경우 과거 조선 분야에서 일등국이었던 일본은 이미 3차 산업시대로 넘어가 제품을 생산할 수 없었고 중국은 아직 기반시설들이 미비한 상황에서 오래전부터 기간시설을 만들었던 한국은 이번 경제 활황으로 큰 이익을 얻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다음에 도래할 경기 활황기에는 중국이 2차 산업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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