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이냐 왼쪽이냐 민주당 노선 논쟁 점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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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손학규<中>·박상천<右> 공동대표와 김효석 원내대표<左>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간담회에 앞서 얘기하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물밑에서 시작된 통합민주당의 진로 논쟁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간담회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은 모두 체제 정비를 위한 ‘당의 단결과 통합’을 강조했지만 방법론은 서로 달랐다.

①우향우냐 좌향좌냐=손학규 대표는 인사말에서 “진보적 가치를 실천할 실천적 능력, 국민과 함께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선 패배에 대해 그는 “변화하고 쇄신하고자 했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담아 낼 정책을 국민의 피부에 와 닿게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총선 패배의 책임을 자신의 노선과 정체성에서 찾으려는 당내 일각의 움직임에 대해 자신의 ‘탈이념 민생정치’에 대한 믿음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를 중심으로 민주당의 진로를 한 걸음 오른쪽으로 옮기려는 시도는 민주당의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총선 결과 당내 좌파인 김근태계 등이 위축되고 이보다 오른쪽인 손학규계가 대거 등장한 결과다. 손 대표의 정체성을 문제 삼은 구민주당계는 오히려 더 오른쪽이다.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김효석 원내대표도 “영국 노동당과 미국의 민주당이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보수화되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천정배 의원 등 일부 개혁 성향 의원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천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라는 정체성과 개혁·진보적인 정책적 입장을 재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백원우·최재성 의원 등 운동권 출신 소장파 그룹도 우향우에 대한 거부감을 보일 수 있는 인사들로 평가된다.

②수도권이냐 호남이냐=민주당의 진로는 노선 논쟁과 함께 수도권과 호남권의 주도권 경쟁과 맞물려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민주당의 수도권 당선자와 호남권 당선자의 숫자는 26명씩으로 같다. 다양한 계파로 흩어져 있는 수도권 의원들에 비해 응집력 측면에선 구민주당계를 중심으로 한 호남권이 앞선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안양에서 4선에 성공한 이석현 의원은 “당의 단결을 이끌 지도자가 필요하다”면서도 “전국 정당의 면모를 확실히 하기 위해 수도권에 무게가 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구민주당 출신인 김충조 최고위원은 “지도부 구성 문제에서 호남이 오히려 역차별받는 것 아닌가 한다”며 “호남 지역은 안 된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수도권 주도론에 경계심을 보였다.

수도권과 호남권이 지역을 중심으로 뭉칠 경우 소수인 충청권 의원들이 캐스팅보트를 쥘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청주 상당에서 3선에 성공한 홍재형 의원은 “수도권보다는 비수도권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며 독자 노선을 시사했다.

팽팽한 힘의 균형을 의식한 듯 손 대표는 “수도권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지방 발전의 기틀을 만들어야 하는 것도 우리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글=임장혁·김경진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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