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술 맛은 매출을 불리고 안주 맛은 또 오게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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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퇴근길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면 생각나는 게 시원한 맥주 한잔이다. 날씨 덕에 여름에는 주류 소비가 늘고 매출이 많게는 두 배 이상 오르기도 한다. 주점을 열 생각을 하는 예비창업자라면 지금이 적기다. 아이템을 선정하고 가게를 열 때까지 평균 두 달 반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성공한 주점 창업자들의 필승전략을 들어봤다.

메뉴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바사바' 박대균 사장.

비수기를 없애라=2004년 12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근처에 호프주점 ‘치어스’를 오픈한 진옥희(41·여)씨는 창업준비를 하던 중 주점의 여름-겨울 간 매출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그 차이를 줄이기 위해 주점을 레스토랑 수준으로 끌어오리기로 마음먹었다. “가족끼리도 식사할 수 있는 요리를 만들었죠.” 우선 냉동식품을 받아서 간단하게 조리하는 일반 호프와 달리 신선한 재료를 사용했다. 점심 때는 즉석 돈가스를 판매해 일반 주점과 달리 점심 매출도 올렸다. 25개 테이블이 갖춰진 이곳을 찾는 손님은 하루 평균 200여 명. 월 1500만∼2000만원의 순이익을 낸다.

그가 내세우는 또 하나의 경쟁력은 고품질의 조리 도구. 그는 냉·난방기구, 냉장고, 제빙기는 물론 테라스 인테리어까지 좋은 제품을 구입했다. “초기 비용은 좀 더 들지만 잦은 고장이 없고 주방의 인테리어도 좋다”는 것이다. 그는 영화권, 크림생맥주, 무료안주를 제공하는 이벤트도 가끔 열어 손님들에게 색다른 재미도 제공한다.

◇퇴근하는 직장인의 눈길을 잡아라=경기도 화성시 병점역 근처에서 치킨호프점 ‘사바사바’를 운영하는 박대균(37)씨는 퇴근길 직장인들의 발길을 편안하게 묶어둘 수 있느냐가 주점 창업의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사무실 밀집지역의 경우 귀가를 고려해 퇴근을 서두르는 데 비해 주택가를 끼고 있는 퇴근길은 마음의 여유를 느끼게 해 손님들이 더 오래 머문다”는 설명이다. 주말에 더 많은 손님이 찾는 것도 주택가를 끼고 있어 생기는 장점 중 하나.

하지만 자리만 좋다고 무조건 사람이 붐비는 건 아니다. 그는 132㎡짜리 가게 입구를 테이크아웃용 오픈 주방으로 개조했다. 테이크아웃과 매장 판매를 병행한 것. 대신 일반 치킨 호프점의 주수입원인 배달을 없앴다. 배달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값도 내릴 수 있었다. 기존 치킨(한 마리 1만4000원)의 절반 수준이다. 거기에 ‘중독성 있는 메뉴’를 개발한 게 주요했다. 인근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을 주 고객으로 상대하니 만큼 항상 찾을 수 있도록 맛에 신경을 써야 했다.

그가 개발한 메뉴는 파닭. 매콤한 파샐러드를 프라이드 치킨과 함께 즐기는 상품이다. 그는 현재 월 5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

깨끗한 술 맛을 강조한 '다라치 역곡점' 박종환 사장.

주점은 깨끗한 술맛으로 승부해야=경기도 부천에서 ‘다라치 역곡점’을 운영하는 박종환(47)씨의 지론은 “주점은 술 맛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역곡역 부근에서 238㎡ 정도의 대형 호프집이지만 100여 개의 주점이 인접하고 있어 경쟁이 만만치 않다. 지난해 11월 말 개점해 몇 달 지나지 않았지만 월매출 6000만원 정도를 내고 있다. 그의 경쟁력은 ‘술 맛’이다. 이를 위해 그는 매일 영업을 마치는 오전 5시에 맥주저장통에서 흘러나오는 관을 청소한다. 오존워터를 이용해 세척하면서 관에 남아 있는 맥주를 쏟아버리는데 이때 버리는 맥주의 양이 3L 정도라고 한다.

그는 “찾아오는 손님마다 ‘생맥주 맛은 이 집이 최고’라고 평가한다”고 자랑했다. 마일리지 포인트 적립을 통해 안주를 무료로 주고 오후 7시 이전에 방문한 손님에게 돈가스 안주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도 그의 성공 포인트다. 

문병주 기자



■전문가 한마디
1, 2차 한자리서 해결할 수 있게

주점은 어느 분야보다 유행이 빠르다. 스테디 셀러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관리다. 1, 2차를 가지 않고 한자리에서 식사와 술을 해결하는 1차 완결형 음주 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어 요리주점이 대세다. 요리의 가짓수가 많든 적든 적절한 가격과 품질을 갖추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둘째 사장은 물론 종업원 친절 교육을 통해 고객과의 친밀도를 높여야 한다. 추가 주문에 대한 서비스 속도, 손님을 기억하는 감성마케팅 등 다양한 고객관리 기법이 필요하다.

셋째 신세대의 디자인 감각에 어필할 수 있도록 유행 흐름에 맞춰 3년 전후로 디자인을 리뉴얼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시원하거나 더운 색상의 인테리어는 계절 매출에 영향을 미치므로 주의해야 한다.

넷째는 청결이다. 일반적으로 주점은 어둡기 때문에 청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화장실·테이블·주방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관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여성 고객의 의사결정권이 커지는 만큼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다양한 전략을 준비한다. 여성 동반 고객 우대, 여성들이 선호하는 안주 개발이 필요하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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