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비자금>2.규모 얼마나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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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통령이 임기중 쓰는 비자금의 규모는 대략적인 추정이 가능하다.돈이 풀리면 표시가 나기 때문이다.세월이 지나면서 한두건씩공개되는 비화들도 단서가 된다.전두환(全斗煥)前대통령은 최소한6천8백억여원이상을 쓴 것으로 집계된다.여권관 리와 선거지원에대부분 들어갔다.우선 민정당에 매월 20억원씩 운영비를 지원했다.7년동안 1천6백80억원이다.별도로 의원과 지구당위원장에게1년에 4번이상 「오리발」이라는 별칭의 활동비를 주었다.한번에20억원 정도 풀면 7년의 합 계는 5백60억원.추석과 세모등명절에는 여권인사들에게 「하사금」이 나갔다.
한번에 5만 내지 6만개의 봉투를 내려보냈다고 하니 20만원씩만 담아도 임기동안 1천4백억원이 나갔다.당정이상의 권력기반인 軍에 대해 얼마를 썼는지는 알려지지 않는다.정치공작에도 적지않은 돈이 흘러들어 갔다.
이상이 평상시라면 선거때는 운동비가 추가된다.全씨는 87년 노태우(盧泰愚)前대통령에게 2천억원을 지원했다.6.29선언 직후 7백억원,대선때 1천3백억원을 줬다고 한다.이밖에 퇴임시 정치자금 잔여분이라며 5백50억원을 盧씨에게 건넸 다.全씨는 퇴임하면서 이종구(李鍾九)前국방부장관에게 7억원을 준 것을 비롯,각료와 청와대 수석및 주요비서관,측근의원,軍후배들에게 수억원에서 수천만원씩의 전별금을 건넸다.결국 軍관리비,정치공작비,전별금등을 제외하고도 6천8백억원정도를 쓴 것이다.盧씨도 마찬가지다.그는 全씨에게서 받은 2천억원과 스스로 모금한 돈을 자신의 대통령선거에 썼다.민정당(통합후에는 민자당)에는 월30억원을 지원,5년간 1천8백억원을 썼다.민자당의원및 당직자에겐 3백억원가량 쓴 것으로 추 정된다.
盧씨는 선거를 많이 치른 대통령이었다.그때마다 업계의 모금이있었다.그 역시 全씨처럼 퇴임시 측근들에게 수억원에서 수천만원의 전별금을 주었고 5共청산 과정에선 全씨의 재산헌납용으로 50억원을 지원했다.그래서 全씨만큼은 아니라도 그 에 버금가게 쓴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비자금의 모금도 희미하게나마 윤곽을그려볼 수 있다.이는 무엇보다 13대국회의 5共청문회 덕이다.
전두환(全斗煥)前대통령의 일해재단(5백98억원).새세대심장재단(2백99억원).새세대육영회(2백3 6억원).새마을성금(1천5백26억원)모금등이 밝혀졌다.합계가 2천6백59억원이다.
이때문에 단편적인 다른 단서들이 설득력을 갖게됐다.▲「全대통령에게는 추석이나 연말에 30억원씩 줬다(鄭周永현대그룹명예회장)」▲「全대통령은 87년 대선에 盧후보를 위해 2천억원을 만들어 줬다(全前대통령의 측근들)」.
鄭명예회장이 1년에 최소한 60억원씩 7년간 주었다면 이것만도 4백20억원이다.한꺼번에 1백억원도 싸들고 왔다니 개연성이있다.이런 인사치레말고 구체적인 이권을 대상으로한 「거래」도 있다.원전(原電)건설의 경우 국제공인 리베이트는 원자로와 터빈발전기부분이 각 3%,설계기술용역 5%,토목건설 10%라고 한다.단일국내공사로 사상최대인 원전11,12호 공사비는 87년 당시 3조3천2백30억원이었다.평균 5%만 잡아도 1천6백억원의 돈이 떨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인.허가 역시 모금의 중요한 파이프.매년 3천만원에서 5천만원을 정치자금으로 내던 애경유지는 골프장내인가를 받은 해에 상납액수를 높였다.10억원이었다.5共이 허가해준 골프장이 29개임을 감안하면 그 규모가 나올 것이다.
盧씨의 경우는 수입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全씨가 준2천5백50억원,현대의 鄭명예회장이 밝힌 부분(盧대통령에게는 한번에20억원이나 30억원을 줬다.적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50억원을 주고 마지막으로 1백억원을 줬다)등이 비교적 자세히 공개된사례다.6공때 허가가 난 골프장은 1백39개다.입증은 안됐지만한양그룹의 비자금중 1백80억원이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든지,수서사건때 쓴 한보그룹의 비자금이 3백억원이었다는 설등도 참고해볼 수 있을 것이다.고속철도 사업의 낙찰과 관련한 뒷얘기도있지만 어쨌든 종합적인 내용은 알기 어렵다.
그래서 차액의 산출은 盧씨의 경우 수입과 지출이 명확지 않아어렵지만 全씨에 대해서는 추정을 시도해 볼 수 있다.우선 6천8백억원+알파(α)가 지출이다.수입은 ▲일해등 성금 2천6백59억원▲87대선모금 2천억원+α▲정기적 상납과 국가사업,각종 인.허가의 대가 3천억원내지 4천억원등이 주요내용이다.7천6백억원 내지 8천6백억원이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모금과 지출사이에 차액이 있다고 주장하는 측은 지출중에는 예산에서 부담된 돈도 있다고 본다.서석재(徐錫宰)장관의 얘기가 빈말만은 아니라는 주장은 이런 계산들에 근거하고 있다.
〈金敎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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