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후보 물질 선별 '속전속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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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 신약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비표지 단백질칩 시스템.

신약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단백질칩 시스템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정봉현 바이오나노연구센터장은 신약후보 물질을 초고속으로 가려낼 수 있는 '비표지 단백질칩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단백질칩은 1~2㎝ 크기의 금 박막 위에 수천~수만개의 단백질 등을 고정시킨 뒤 이 단백질과 결합하는 특정 단백질을 찾아내는 기구. 다양한 생체분자의 상호작용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어 단백질 간 결합을 차단하는 신약후보 물질을 찾아낼 수 있다.

지금까지는 단백질에 형광염료나 방사성 동위원소 등을 붙여 칩에 붙었는지를 알아냈다. 이번에 정박사가 개발한 단백질칩 시스템은 이 같은 인위적인 표지 없이도 결합 여부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단백질에 표지를 붙이면 단백질의 활성이 변할 뿐 아니라 이를 위한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표지가 불필요하게 된 배경에는 '표면 플래즈몬 공명(SPR) 이미지화 방식'이 있다. 단백질 시료를 부은 뒤 금속판 밑에서 빛을 쬐어주면 단백질이 붙어 있는 부분에서는 금 박막의 전자배열이 바뀌면서 빛의 굴절도가 변화, 단백질의 결합 여부를 바로 알 수 있는 시스템이다.

정박사는 "기존의 SPR 방식을 이용한 단백질칩은 한두 샘플만 검사할 수 있으나 우리는 이미지화 방법을 도입, 수천개의 샘플을 한번에 체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박사팀의 단백질칩 관련 논문은 지난해 국제학술지인 '어낼리티컬 바이오케미스트리'에 곧 발표된다. 현재 국내 바이오벤처 업체에 대한 기술이전 작업도 마무리 단계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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