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서구에 몰아친 ‘박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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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9일 오후 친 박근혜계 당선자들이 홍사덕 선거사무소에서 손을 맞잡고 지지자의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친박연대 조원진·박종근·홍사덕 당선자와 무소속 이해봉 당선자. [홍사덕 선거사무소 제공]

대구·경북에 ‘박풍(朴風)‘이 거셌다.

대구에선 박근혜 후보의 지역구인 달성군 선거구에 인접한 달서구 갑·을·병 모두 친박연대와 무소속 등 친 박근혜 후보들이 한나라당 후보를 제쳤다. 달서구갑의 친박연대 박종근(71) 당선자는 한나라당의 홍지만(40) 후보를 꺾었다. SBS 앵커 출신인 홍 후보는 참신성이 부각돼 초반 여론조사에서 박 당선자를 두 배 차이로 따돌렸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박 당선자의 지지도가 상승해 접전을 벌이다 결국 패배했다. 인접 선거구인 달성군에서 ‘박풍’이 분 것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달서구을의 무소속 이해봉(65) 당선자는 “이번 선거는 국민을 무시하고 자행된 한나라당의 공천에 대한 심판”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자신의 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경쟁자는 대구 미래대학 학장과 대구경북벤처협회 회장 출신인 한나라당 권용범(42) 후보. 이 당선자는 3선의 관록을, 권 후보는 젊음과 경제전문가라는 점을 내세워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이 당선자는 지명도와 박풍을 등에 업고 무난히 4선 고지에 올랐다. 이 당선자는 체육청소년부 차관과 대구시장을 지냈다.

달서구병의 친박연대 조원진(49) 당선자도 한나라당의 유재한(53) 후보를 눌렀다. 조 당선자는 국회의원 보좌관을, 유 후보는 재경부 정책홍보관리실장을 지냈다. 두 후보 모두 정치 신인으로 지명도가 낮아 유 후보가 우세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박풍의 영향으로 조 당선자가 근소한 차로 승리했다.

경북에선 친박연대와 무소속 등 친박 후보 5명이 당선됐다. 경주의 친박연대 김일윤(69) 당선자는 MB(이명박 대통령)계의 핵심인 정종복(57) 후보를 이겼다. 4선의 김 당선자도 예상하기 어려웠던 뜻밖의 결과였다.

친박 무소속은 구미을의 김태환(64) 당선자를 필두로 상주의 성윤환(51), 고령-성주-칠곡의 이인기(55), 군위-의성-청송의 정해걸(68) 등 4명이나 당선돼 박풍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김태환 당선자는 여성 장군 출신인 한나라당의 이재순(53) 후보를 가볍게 따돌렸다. 이인기 당선자는 한나라당의 석호익(55) 후보와 시소게임 끝에 3선에 안착했다. 검사 출신의 성윤환 당선자는 감사원 공무원 출신의 한나라당 손승태(59) 후보를 눌렀고, 정해걸 당선자는 3선의 의성군수 관록을 내세워 변호사인 한나라당의 김동호(54) 후보를 이겼다.

대구·경북은 이번 선거에서 27개 의석 중 한나라당이 17석을 얻는데 그쳤다. 박풍으로 ‘한나라당 공천=당선’이란 등식은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송의호·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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