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여>간 큰 남자-초라한 가장의 모습 씁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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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요즘 「간 큰 남자 시리즈」가 인기라는 얘기를 듣는다.이건 분명히 우리 여성들의 눈물겨운 투쟁이 획득한 당당한 전리품이다. 매운 시집살이를 경험했던 우리 할머니.어머니 세대에는 권위주의로 똘똘 뭉친 남편들이 아내를 무슨 몸종 부리듯 얼마나 기세등등 했던가를 돌아보면 말이다.그 시대에 간 큰 남자란 결코있을 수 없었다.오로지 간 큰 여자만이 존재할 뿐 이었다.남편의 뜻에 머리 조아리지 않고는 간 큰 여자요,몹쓸 여자로 치부되기 일쑤였을 것이다.
지금은 어떤가.외출하는 데 어디 가느냐고 묻는 남자,늦게 귀가해 저녁밥달라는 남자 등이 간 큰 남자로 꼽히고 있다.하지만왜 이리도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일까.여권신장의 이면에는 우리가장들의 초라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만 같다.
가정에서는 경제권.양육권 등이 아내에게 일임되고,사회에서는 살벌한 경쟁 속에 점점 설 곳을 잃어가는 남편들이 「간 큰 남자」라는 역설적인 조롱 속에 점점 더 움츠러들고 위축돼 가는 것은 아닐까.
이 세상은 결코 그런 「간 작은 남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오히려 더 자신감 있고 배포 두둑한 「통 큰 남자」가 절실히요구되는 세상이다.
그리고 우리 아내가 사랑할 남편의 모습도 좀스런 「간 작은 남자」가 아니라 책임감있고 당당한 「통 큰 남자」다.
세상의 간 작은 남자들이여,이제 자신감을 갖고 통 큰 남자가돼보자.그리고 간 작은 남자와 살아가는 세상의 아내들이여,우리남편들을 통 큰 남자로 지켜주자.
〈25.경남울산시남구무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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