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訪美 결산-수혜國서 동맹국가로 자리매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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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국빈방문을 앞두고 미국언론들은 워싱턴시내 링컨기념관앞의 한국전참전 기념비 제막식행사를 말 그대로「과잉보도」했었다.
金대통령의 방문 자체보다 제막식 행사가 美국민의 관심을 끌었다는 얘기다.
미국은 한국전 참전의 기억을 잊어버리려 했다.
3년동안의 한국전 참전기간중 10여년의 월남전에 준하는 5만여명의 미군이 희생됐다.
그런 미국이 이제 한국전 기념비를 제막했다.주말이면 10만명안팎의 인파가 몰리는 워싱턴 의회에서 링컨기념관에 이르는 광장에 자랑스럽게 참전비를 세웠다.
이는 한국이 미국의 자존심을 충족시켜줄 정도로 정치적.경제적으로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2차대전이후 미국은 엄청난 원조를 쏟아부었지만 한국이 거의 유일무이한 성공 케이스다.
클린턴美대통령은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냉전체제에서 자유세계가 승리하는데 기초를 형성했다』고 기념비 제막식에 의미를부여했다.
동서 냉전체제가 붕괴된 뒤 국제사회에서 유일한 강대국으로 자리잡고자 하는 미국의 세계전략면에서 한국은 이제 동북아의 중요한 축으로 등장한 것이다.
金대통령도『한때 잊혀진 전쟁이었던 6.25가 이제 가장 기억할만한 전쟁으로 바뀐 역사의 진전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경제적으로 세계 11위의 대국으로,정치적으로도 자유민주주의를 급속도로 성취한 국가로서 국제사회에 당당히 나설 수 있게됐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북한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 韓美정상회담에서 그대로 반영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상회담을 통해 앞으로 북한에 대한 경제협력은 물론 어떠한 외교적인 조치도 韓美간에 충분한 사전조율을 거치게끔 협의기구도만들기로 했다.
북한핵문제를 둘러싸고 그동안 韓美간 보조가 맞지 않는다거나 한국이 소외됐다는 등의 지적이 없지 않았다.이번 회담의 발표문으로 그런 우려는 불식되게 됐다.
클린턴대통령은 여러 행사에서 거듭『남북한간 당사자 해결원칙에입각해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정전체제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정전협정 폐기 움직임과 북한과 미국간의 평화협정 체결공세를 일축한 것이다.
남북한 당국간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을 배제시킨 채북한과 관계개선을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에 대해 한국과의 대화를 촉구하는 외교적 압박을 가하는 셈이다. 미국은 심지어 북한과의 연락사무소 개설문제도 남북한간의 대화를 전제조건으로 달았다.
북한문제에 관해서는 우리의 주도권을 인정한 셈이다.
주한미군도 한국민이 희망하는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군의 존속은 미국의 세계전략 측면에서 통일후에도 계속 유지하고 싶어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주한미군도 이제는 한국의 안보 필요성 때문만이 아니라미국의 필요성에 의해 존속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미국 기자들은 27일 정상회담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도 보스니아문제만을 물었다.이는 韓美간 쟁점이 될만한 사안이 없다는 얘기다.
韓美간 확고한 공동보조는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는 가장 유효한지렛대다.
국내문제로 골치가 아픈 金대통령으로서는 일단 미국과의 마찰로빚어질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미군이 한반도에 진주한 지 올해로서 50년.이제 한국은 미국의 일방적인 수혜자로서의 위상을 벗어던지고 국제사회에서 미국과보조를 맞춰 이익을 공유하는 동맹국가로서 자리매김을 하게된 것이다. [워싱턴=金斗宇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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