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동호회>호텔현대 眞바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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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眞바라기」란 말이 있다.
신라말로 「따라간다」「쫓아간다」는 의미.
진바라기란 말뜻과 같이 문화유적을 찾아 그 의미와 역사성을 되씹는 동호회가 천년고도 경주에 있다.이 동호회 이름이 바로 진바라기.경주 호텔현대 직원들이 지난 4월 「진바라기」동호회를만들었다.
『호텔을 찾는 관광객들이 유적에 대해 간단한 질문을 해도 모르는 직원들이 예상외로 많더군요.예를 들어 호텔현대가 보문호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지만 보문호가 과거 어떤 곳이었는지 전혀모르는 거예요.』 진바라기의 임해수(林解洙.50.호텔현대 객실팀장)회장은 『진바라기는 호텔을 이용하는 손님들에게 유적지를 안내하기 위해 종업원들이 스스로 결성하게 된 것』이라고 배경을설명했다.
진바라기 덕분에 호텔현대 직원들은 경주의 웬만한 유적지의 유래는 줄줄 읊을 정도가 됐다.
진바라기 회원은 현재 46명으로 20대 초반의 젊은층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진바라기는 유적지 순례도 하고 있는데 동호회가 결성된 이후 지금까지 실시한 답사만도 여섯차례.
林회장은 이중 석굴암과 남산을 찾았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석굴암을 찾았을 때 林회장은 한 어린 동호회원에게 질문을 받고 적잖게 당황한 기억이 새롭다.그 직원은 『석굴암이처음 지어졌을 때는 본전 밑으로 물을 흐르게 해 서 습도를 조절했는데 기계실을 설치해 조절하는 지금이 과거에 비해 습도조절능력이 크게 뛰어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막연히 석굴암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오던 林회장은 한마디도대답할 수 없었다.그러한 의문을 마음에 품고 다시 석굴암을 보았을 때 석굴암은 달리 보였다고 한다.
신라인들이 얼마나 심오한 석조기술을 지녔고 뛰어난 수리개념을가졌는지 『역사를 보는 눈이 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식음료부에서 일하는 朴상희(22)씨는 얼마전 남산에 절터 1천여곳,석탑 60여개,60여개에 달하는 목없는 불상 등을하나하나 세어 보고는 이렇게 많은 문화유적이 남산에 있는지 처음 알고 깜짝 놀랐던 것.
林부장은 이 두가지 예를 들면서 『역사와 유적지에 대해 절실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진바라기의 포부는 「원대」하다.
경주지역에서 벗어나 국내에 산재해 있는 유적지를 두루 섭렵할작정이다.당장 지리산의 김유신장군묘라고 소문난 돌무덤을 찾아 사실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또 외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의 문화유적도 답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慶州=河智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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