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시장 서울도시계획 재검토 지시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24일 오후4시에 시작된 도시계획국의 업무보고는 3분의1도 하지 못했다.조순(趙淳)시장이 『전시적이고 겉만 번지르르하게 치장돼있지 시민을 얼마만큼 인간답게 살게 만들고 아기자기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지에 대한 비전이 결 여돼 있다』며 보고를 중단시킨 때문이다.
도시구조.토지이용.교통.환경.산업경제등 5개부분으로 구성된 이 계획은 지금까지 남북축으로 집중된 서울의 도시개발을 다핵구조의 격자형 광역도시구조로 만들어간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현재 1백45㎞인 도시고속도로를 6백㎞로,3백18㎞의 도시철도를 5백50㎞로 늘리고 지역중심지와 수도권외곽을 연결하는 간선철도 1백50㎞를 건설한다는 청사진을 담고있다.
또 2011년까지 현재 69.3%인 주택보급률을 85%로 높이고 학급당 학생수를 국교생 30명,중고생 35명으로 낮추며 가구당 1~2대의 컴퓨터 보급과 초고속종합정보통신망(ISDN)및 지역정보시스템 구축을 완료한다는 내용이다.
趙시장은 우선 이같은 장미빛 청사진이 실제로 시민들의 일상생활과는 무관하지 않느냐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는 60년대 이후 아무런 이의없이 물량위주의 개발 드라이브에 입각한 관료주도의 도시계획에 처음으로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서울大상대 제자로 서울시에서 누구보다 趙시장의 의중을 꿰뚫고 있는 인물로 평가되는 노준찬(盧俊燦)비서실장은 『시장님이 삼풍사고를 겪으면서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크게 봐서 두가지,즉▲계획수립의 토대가 되는 비전이 올바른가▲재원은 가능하며 진정한 시민의 의사가 결집된 공동체적 계획인가에 대한 문제제기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우선 새로 시작하려는 사업계획에서부터 원점으로 돌아와 무엇을 위해 어떤 일을 벌여 나갈 것인지를 끌어내야 한다는설명이다.
이는 도시계획분야뿐 아니라 서울시의 각 소관부서에서부터 「발상의 대전환」을 해 진정 시민을 위한 계획을 짜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특히 몇십년후를 내다보는 대계(大計)는 관리 또는 전문가 몇사람의 머리에서 짜낸 계획으로는 그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계획수립 절차상의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지금까지도 공청회등을 통한 여론수렴의 통로가 있지만 趙시장은이에대해 진정한 시민참여장치는 못되는 것으로 평가해 온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파격적인 민선시장의 지시에 대해 서울시 관료조직은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중장기 기본계획의 성질상 趙시장이 바라는 소프트웨어적 요소의가미가 어렵고 결국 도시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도시시설의확충.개선이 주가 되지 않겠느냐는 반응이다.
아무튼 수십년 굳어 온 서울의 도시계획업무가 趙시장의 개혁의지에 따라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할지와 그 계획이 서울시정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鄭基煥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