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석 건교장관 "집 많이 지으면 택지 우선 분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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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석 건교부 장관

"부동산값 안정대책은 계획대로 추진하되 건설경기의 지나친 위축은 막겠다."

얼핏 상충되는 것 같은 두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는 게 요즘 강동석(66) 건설교통부 장관의 최대 고민이다.

취임 3개월째를 맞아 지난 14일 집무실에서 중앙일보와 단독으로 만난 姜장관은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姜장관은 우선 "부동산 안정대책은 예정대로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고속철 개통, 신도시 건설, 연내 주택 52만가구 공급, 신행정수도 건설사업, 주택거래신고제 등 이미 결정된 정부정책은 법에 따라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10.29 부동산 안정대책'과 올 들어 강도높게 시행한 땅투기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고 평가했다. 주택과 땅에 대한 투기 열풍이 상당히 잡혔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러나 투기를 잡는다고 시행하는 강도높은 부동산 대책으로 건설경기가 아예 폭삭 가라앉을지 모른다는 게 걱정이다.

姜장관은 "내수와 일자리에 영향이 큰 건설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건설경기의 침체를 예방하기 위해 택지 확보가 어려운 민간 실수요 업체가 공공택지를 원활하게 공급받아 집을 많이 짓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부터 집을 많이 짓고 분양률이 높은 건설업체에 공공택지를 우선적으로 분양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추첨을 통해 공공택지를 분양한다.

그동안 이런 택지분양 방식 때문에 건설업체가 집을 짓지 않고 프리미엄만 챙겨 되팔아(전매) 땅값만 챙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姜장관은 집없는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임대주택도 계획(올해 15만가구)대로 건설하되, 쪽방 생활자 등 극빈층을 위해 임대주택의 최소 건설면적을 현재 14평에서 11평까지 줄여 입주시키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또 입주민들에게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는 불만을 사온 '임대주택'이란 용어를 없애는 대신 순화된 표현을 고안하겠다고 밝혔다.

姜장관은 지난해 12월 28일 취임 이후 부동산 정책에 대해 말을 아껴왔다. 그러나 이날은 "토지는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며 "땅은 하느님이 준 것이므로 극소수 토지소유자의 투기 대상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발로 땅값이 치솟아 생긴 불로소득은 적극 환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개발부담금제가 부활될 경우를 전제로 姜장관은 "개발에 따른 초과이익의 환수비율이 현재 수준(25%)은 너무 낮아 올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단기간 집값이 급등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최근 2~3년간 집값은 내가 생각해도 너무 많이 올랐다"며 "분양권 전매를 허용하는 등 너무 갑작스럽게 부동산 규제를 푸는 바람에 생긴 부작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기간에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한 부동산 부양정책을 동원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서는 주공과 토공 등 공기업이 택지조성 원가를 공개하는 간접적인 방식을 통해 민간업체가 분양가를 자율적으로 내리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그러나 姜장관은 "과거 분양가를 규제했을 때도 이익을 내는 건설업체가 있었던 만큼 주공 등의 건축비까지 공개하는 문제 등은 민간 전문가의 정밀 검토를 거쳐 결정할 문제"라고 여운을 남겼다.

姜장관은 1965년 행시 3회로 공직에 입문해 39년간 건교부 기획관리실장.해운항만청장.인천공항공사 사장.한전 사장 등을 역임한 전문 행정관료다. 그는 "이달 초 폭설사태 때 일부 공무원은 여전히 타성에 빠져 '문제 없다'는 보고만 올리더라"고 공직사회의 안일한 면을 꼬집기도 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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