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고려국보展 산파역 韓炳三 前국립박물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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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대고려국보전(大高麗國寶展)은 우리의 상상이 미치지 못했던 고려문화가 실로 대단한 것임을 생생히 보여주는 전시입니다.』 中央日報社가 창간 30주년 기념사업으로 호암미술관과 함께 지난15일부터 호암갤러리에서 공동개최한 『대고려국보전』의 준비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한병삼(韓炳三.60)前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이 전시가 그동안 잊고 지낸 고려문화의 복원 이란 점에서 매우의미심장한 전시임을 거듭 강조했다.
『고려시대 문화는 우리역사에서 사실상 소외된 문화였습니다.
누구나 고려문화를 말할때 고려청자를 얘기하지만 청자외에는 더이상 할 말이 없었던게 바로 고려문화였습니다.이번 전시에 소개된 고려미술품을 보면 정말 놀라지 않을수 없습니다.』 韓前관장은 지난해 겨울부터 이 전시의 성사를 위해 93년 2월까지 35년 가까이 국립중앙박물관맨으로 활동하면서 맺은 국내외 모든 인연을 총동원하다시피 했다.
특히 일본에서 건너온 24점의 미술품과 영국 대영박물관소장의청자진사당초문대접,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나전칠기향합 등은 마당발같은 그의 넓은 대인관계에 힘입어 국내에 첫선을 보인 고려문화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외국에서 한국사람들은 무엇이나 대강대강한다고 지적하면 모두 고개를 끄덕여왔습니다.그런데 보십시오,고려의 정교한 금속공예나 불화를 보면 도대체 우리민족 앞에 적당주의란 별명이붙는게 합당한가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 그래서 韓前관장은 섬세하고 화려한 고려문화의 특징을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한국문화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와 연관시킬까 고심하며 매일 전시장을 찾다시피하고 있다.
한편 韓前관장은 이번 전시와 관련해 많은 화제를 낳기도 했다.그중 대표적 에피소드가 담긴 작품이 바로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일본 경신사(鏡神社)소장의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큰 고려불화로 알려진 이 작품의한국전시에 대해 일본문화청 관계자들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韓前관장은 이 명품이 있는 사가현 가쓰라시의 한적한 신사(神社)를 직접 찾아가 막무가내로 버티고 앉아 결국 밤늦게이 신사의 이사(理事)들을 설득시는데 성공,동행했던 일본 문화재관계자들조차 놀라게 했다.韓前관장은 『많은 사 람들이 찬란하고 화려했던 고려문화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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