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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tyle] ‘나홀로 식사’ 당당하게 하고 싶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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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혼자 밥 먹는 것은 흥미진진한 모험이다. 일상생활에 잠시 쉼표를 찍으며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작은 용기와 마음의 여유다. [사진=박종근 기자]

“기근보다 더 슬프고, 거지보다 더 불쌍하게 보이는 것은 많은 사람 앞에서 혼자 밥 먹는 사람이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광경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뉴욕을 처음 방문했을 때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을 보고 한 말이다. 배명희의 소설 ‘와인의 눈물’(2006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소설부문 당선작)의 한 대목은 이렇다. 소설 속 출판사 사장의 말이다. “식사는 섹스와 같아서 혼자서는 아무 맛도 안 나.”

그렇다. 혼자 밥 먹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몇 분이세요”라는 질문에 “혼자인데요”라고 말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내 돈 내고 밥 먹는데 남의 눈치 볼 필요가 뭐 있겠느냐만서도, ‘함께 밥 먹을 사람도 없나’라고 쳐다보는 듯한 주위의 따가운 시선은 적잖은 부담이다. 4인용 기준으로 밑반찬을 깔아놓는 식당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아니면 정말이지 오늘은 혼자 조용히 먹고 싶은 날도 있게 마련이다. 혼자서 멋있게, 맛있게 식사하는 방법은 없을까.

일찌감치 ‘싱글 프렌들리’를 선언한 것은 일식당 들이다. 카운터석에서 초밥을 즐기는 전통 때문이다. 그렇다고 매번 일식당을 찾을 수도 없다. 이 같은 나홀로 식사족을 위해 바(bar)를 설치하는 식당이 늘고 있다. 국내 상륙해 목동점·서초점을 낸 스테이크 하우스 ‘페퍼런치’는 좌석의 대부분을 바 형태로 배치했다. 고객의 40%가 나홀로족들이다.

아웃백 시청점의 경우 혼자 매장을 찾는 고객은 10여 명. 인근 호텔에 묵는 외국인들도 자주 눈에 띈다. 바(bar)에서 와인 한잔 시켜놓고 바텐더가 과일 음료나 칵테일 만드는 솜씨도 구경하면서 대형 TV 스크린으로 해외 스포츠 중계도 시청하면서 혼자서도 여유있게 식사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칼국수로 유명한 ‘명동교자’(02-776-5348)는 바 형태 테이블에 반투명 칸막이까지 설치했다.

최근엔 혼자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식당도 등장했다. ‘고기촌 플러스바’(02-3141-9292)는 카페 같은 인테리어에 ㄱ자 모양의 바에서 1인용 돌판에 고기를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다. 삼겹살·항정살·한우를 조금씩 맛볼 수 있는 2만원짜리 ‘싱글’(1인분)에다 1만2000원짜리 돈육 모둠 ‘프렌즈’ 메뉴도 있다.

나홀로 식사는 평소 다른 사람과 식사할 때는 대화에 신경쓰느라 음식 맛도 제대로 못 보았던 사람에게는 음식에 집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모든 게 분주하고 바삐 돌아가는 도시 생활에서 혼자 골똘히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터키 태생의 영국 사업가 누바 굴벤키언은 이렇게 말했는지도 모른다. “최고의 만찬을 위한 인원은 2명이다. 나 자신과 훌륭한 수석 웨이터.”

글=이장직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혼자 밥먹기에 좋은 식당

▶페퍼런치=바 형태로 구성된 스테이크점. 목동점 02-2163-2299, 서초점 02-535-2300

▶카페 소반=비빔밥과 죽. 1∼2인용 테이블이 많다. 광화문점 02-730-7423. 서울대점 02-871-7423. www.sobahn.co.kr

▶피사파사=3000원부터 시작하는 1인분 피자를 판다. 아현점 02-364-5050. 구산점 02-382-4990

▶기소야=일식 우동 전문점. 중앙에 사각형 모양의 바. www.kisoya.co.kr

▶미타니야(三谷屋)=카운터석과 1∼2인용 테이블, 일식 우동·돈가스. 동부이촌동 02-797-4060. 도곡동 타워팰리스점 02-576-3080

▶아지겐(味源)=동부이촌동점. 일본 요리. 벽면을 보고 앉을 수 있는 바 형태의 테이블이 있다. 02-790-8177

▶사보텐=일본식 돈가스 체인. 벤치형 의자와 1∼2인용 테이블. www.saboten.co.kr

▶아웃백=스테이크 전문 체인. 다양한 글라스 와인 구비. ㄱ자 모양의 바. www.outback.co.kr

‘나홀로 식사’당당하게 하고 싶다면

1. 바(bar)가 있는 식당을 고른다. 다른 손님과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된다. 길다란 1자형 벤치 의자에 2인용 테이블을 갖춘 식당도 좋다.

2. 스태프(바텐더, 웨이터, 요리사)와 서먹서먹하지 않게 단골식당을 몇 군데 정해놓는다.

3. 미리 전화를 걸어 ‘1인용 테이블’을 예약한다. 처음부터 혼자 가겠다고 예약한 손님에게는 눈치를 주지 않는다.

4. 피크 타임은 피한다. 좀 빨리 가든지 아예 늦게 가든지 하라.

5. 회전초밥 식당은 혼자 가면 별로 기다리지 않고도 자리에 앉을 수 있다.

6. 잡지, 책, PC, 노트를 들고 가서 식사를 하면서 뭔가에 집중할 수 있으면 주위의 시선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책을 보려면 조명이 비교적 밝은 테이블을 달라고 한다.

7. 식사하면서 휴대전화로 누군가와 계속 통화하는 것은 매너가 아니다.

8. 손님이 별로 없는데도 화장실이나 출입문 옆자리 같은 구석 자리를 주면 당당하게 좋은 자리를 달라고 요구한다.

9. 음식을 시켜놓고 무작정 기다리는 것보다 와인이나 음료수 한 잔쯤 주문해 마시는 게 훨씬 보기 좋다.

10. 혼자 밥 먹는 것을 흥미진진한 모험으로 여겨라. 혼자 있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과 함께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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