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민사고 졸업생에게 듣는 미국 명문대 합격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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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2편, 책 1권 낸 ‘열정파’ 김지수양=별명이 ‘쫄리’(Jolly·즐거운)라는 김양은 2학년 때 한여름 뙤약볕에서 검정콩 화분 80개를 키웠다. 물리를 공부하며 전자기장에 관심을 갖게 돼 자석을 화분에 설치한 후 식물의 생장률을 연구했다. 온도 조절도 하고, 진드기를 없애려고 농약도 뿌렸다. 1년4개월의 연구 결과물이 ‘강한 자기장이 검정콩의 생장률에 미치는 효과’(한국청소년과학학술지)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김양은 “미국 대학은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학생을 선호한다”며 “실험에서 끝내지 않고 과학논문을 완성한 것이 합격에 도움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양은 민사고 재학 중 연구논문 2편, 책 1권을 냈다. 한국컴퓨터정보학회 인턴으로 활동하며 대학교수와 함께 ‘유비쿼터스 서비스 수요에 관한 연구’ 논문도 썼다. 제1 저자가 김양이다. 대학병원 인턴 활동을 하면서 『근막통 통증차트』라는 제목의 책도 냈다.

AP(미국 대학 과목 선이수제)는 이과 11개 과목 중 8개에서 만점을 받았다. “‘미적분학 BC’는 원서를 모두 읽을 시간이 없어 시험 며칠 전엔 바론, 프린스턴 리뷰에서 출판된 참고서로 공부했어요. ‘전자기학’ 심화과정은 대학 물리학 교재를 파고들었죠.” SAT는 민사고 평균 수준(2270점). 김양은 “SAT는 대학 수업을 따라올 수준이면 된다”며 “성적이 안 나온다고 지나치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후배들에게 충고했다.

지난해에는 국제학생과학전람회에 출전해 단체 1위를 차지했다. “MIT나 칼텍은 중3 수상경력까지 반영해요. 민사고 입학이 정해진 뒤 물리올림피아드에 나가지 않았는데 그게 가장 아쉬워요.”

내신은 최상위지만, ‘공부벌레’만은 아니다. 씩씩한 민사고 ‘산(山)소녀’답게 ‘KMLA 소프트볼팀’과 여자농구팀 ‘게임오버’ 주전선수로 3년간 뛰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소프트볼 대회에 나갔는데 강팀을 만나 매번 콜드게임을 당했어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어요.” 스포츠팀 주전선수 경력도 ‘무기’가 됐다.

◇사교육 안 받고 미국 명문대 합격한 노용호군=노군은 해외연수나 유학을 다녀온 적이 없다. 고교 입학 후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도 전혀 받지 않았다. 순수 토종인 그의 합격 비결은 뭘까. “학원 수업은 시간을 많이 뺏기잖아요. 공부는 마음먹기 달렸어요.” ‘스스로 학습’이 몸에 밴 노군의 첫 마디다. 노군은 매달 말 월간 학습계획표를, 매일 밤 일일계획표를 짰다. 공부 분량을 정한 후 그대로 실천했다.

민사고 입학 때 영어·수학 성적은 ‘바닥’이었다. 영어 조회에선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 3학년 때 SAT는 2300점(2400점 만점). 특히 비판적 독해(Critical Reading)는 740점(800점 만점)을 받았다. “기숙사에서 노트북에 이어폰을 꽂고 CNN 뉴스와 미국 시트콤 ‘프렌즈’를 반복해서 들었어요. 영어일기도 3년 내내 썼죠. 머릿속에서 모국어 대신 영어로 사고하는 습관을 길렀어요.”

영어 듣기 공부를 할 땐 녹음 테이프가 늘어질 정도로 반복해서 들었다. 교재를 완전 독파할 때까지 다른 교재는 손도 대지 않았다. SAT 작문영역 중 문법은 답을 맞힌 문제도 풀이를 하나씩 읽었다. 정답과 오답의 차이를 분석하기 위해서다. 모의고사에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달달 외웠다. 『주홍글씨』 『위대한 개츠비』 등 영어고전도 함께 읽었다. SAT 수학은 모의고사를 15차례 풀면서 실수를 줄여 나 갔다. 익숙한 한국 수학 용어는 모두 영어로 암기했다.

AP는 ‘거시경제’ ‘미적분학’ 등 8개 과목에서 만점을 받았다.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Wikipedia)에서 모르는 개념이나 공식을 찾아 공부했다. 노군은 “미국 대학은 고교 때 대학 수준의 심화 과목을 공부했는지 주의 깊게 본다”며 “도전정신이 강한 지원자라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노군은 노인복지회관 목욕봉사, 힙합동아리, 모의투자동아리, 증권사 인턴 활동을 했다. 국제청소년물리토너먼트 단체 3등상, 전국고등학생경제경시대회 장려상을 받았다. “문과생이지만 물리 토론에 강하고 AP 이과과목 만점을 받아 이과 자질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지난해 말 수시전형에서 유펜대 제롬 피셔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떨어진 후 지원대학 홈페이지를 드나들며 전형 준비를 철저히 했다. 노군은 “1학년 때 4, 5개 목표대학을 정해 ‘맞춤형’ 전략을 짜라”며 “외부활동과 수상경력을 잘 녹여낸 에세이를 공들여 써야 합격의 문이 열린다”고 후배들에게 충고했다.

글=박길자 기자, 그래픽=김문주 사진=김현동·정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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