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明錫군11만의 기적 뒤에는-죽음도 뛰어넘는 家風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2백30시간을 사지(死地)에 갇혀있다 기적적으로 살아나온 최명석(崔明錫.20)군의 생환배경에는 조급하지 않은 崔군의 느긋한 성격과 긍정.낙천적인 마음가짐을 가질수 있게 해준 가풍(家風)이 있었다.
의료진들은 만일 崔군이 조급한 성격에 쉽게 포기를 해버리는 타입이었다면,강인한 정신력을 갖고있지 않았다면 구조될 때까지 기력을 유지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앉아있지도 못할 높이 50~60㎝의 작은 공간,바닥을 적시는 뜨거운 물,수시로 스며나오는 유독가스,먹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고 무엇보다 앞으로 무엇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암흑속의 절대 고독-.崔군이 처했던 그런 극한상황에서는 용기와 희망을 잃지않는 것이 바로 생존의 기본조건이라는게 의료진들의 얘기다.
만일 崔군이 갑갑함과 두려움.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일종의 정신적 착란현상을 보였다면 고함을 질러 구조를 요청하지도 못했을것이라고 지적한다.
崔군의 느긋하면서도 여유있는 마음가짐과 용기는 곳곳에서 나타난다.崔군은 지하공간에 갇힌뒤 여러차례 불빛들이 지나가고 포클레인 소리가 들릴때마다 목이 터져라 『사람살려』를 외쳐댔었다.
그러나 아무런 응답이 없자 崔군은 나중에는『살려줄려면 살려주고 안되면 말아라』고 생각했다.
구조직후 인터뷰에서 『졸리면 잤죠』라고 여유를 보인 대목에서도 崔군의 성품이 잘 나타나고 있다.
崔군이 이처럼 낙천적으로 생각하지 않고『이제는 죽었구나』며 울고 불고 했다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기절이나 가사상태로 돌입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두려움과 공포의 절대적 고독의 순간을 현장에서 주은 장난감 자동차를 만지작 거리며 달래고 최신 유행가를 부르며 극복했다는증언도 崔군의 낙천성을 잘 반영한다.
崔군의 이같은 낙천성과 적극성,정신력의 배경은 무엇일까.국민들은 방송에서 보여진 崔군 아버지 어머니의 태도가 여느 사람들과는 달랐다는 사실을 주목한다.
죽었던 아들이 살아오는데도 아버지 어머니는 남들처럼 울고불고하는 모습이 아니라 비교적 담담한 표정이었으며 오히려 다른 실종자들의 구출을 염려하는 여유있는 태도를 보였다.
『나는 네가 살아있을줄 알았다』며 자식의 손을 꼭 잡았던 崔군의 어머니 전인자(錢仁子.50)씨는 바로 崔군 가정의 한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崔군의 아버지는 6남1녀의 대가족이고 이번 실종때 작은아버지들과 숙모등이 모두 전국에서 상경해 崔군을 함께 찾아 나섰다.
崔군의 외삼촌 3명도 직장을 휴직하고 서울로 상경했을 정도로 끈끈한 정으로 뭉쳐진 화목한 이집안의 가풍이 崔군 을 원만하고인내심있는 성격을 갖게한 것이다.
불교집안에서 특히 崔군은 79세인 할아버지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면서도 지난해 12월 할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했을때 6개월이상 병원에서 살다시피하며 할아버지를 간병하는등 노인을 공경하는법도 배웠다.평소 崔씨네 가족들이 만들어온 가 풍과 분위기가 많은 작용을 한 셈인 것이다.
〈李炯敎.郭輔炫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