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패배 치유나선 金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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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6.27 패배에 대한 처방전 윤곽이 나오고 있다.
주골자는 여권대화합이다.안으로는 민자당내의 결속이요,밖으로는金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던 舊여권인사 감싸안기다.
金대통령은 우선 직접 민자당 결속에 나섰다.金대통령은 5일 청와대조찬에서 소속의원및 원외 당무위원들에게 당내 단합을 강조한데 이어 6일부터 의원들을 한명씩 불러 몸소 챙기기 시작했다.「각개격파(各個擊破)」에 나선 것이다.
6.27 지방선거 패배후의 누수(漏水)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표면적인 당정개편만으로는 수습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같다. 단독면담 대상은 주로 대구.충청권 의원들이다.첫 순서로 강재섭(姜在涉.대구서乙)의원을 6일오전 청와대로 불렀다.면담에서오간 내용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동요하지 말고 지구당 일에 전념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金대통령의 이같은 방침은 아무래도 『이대로 가면 희망이 없다』는 이 지역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의식했기 때문이다.대구는「反민자」TK정서가 극에 달하고 있고 충청권 역시 JP(金鍾泌자민련총재)바람이 매서운 지역이다.따라서 민자당 간판으로 내년4월 15대 총선을 치르면 무조건 패배할 것이라는 이 지역 의원들의 동요기류를 사전에 차단하지 않으면 안될 위기감에 놓여 있다. 실제로 충청권의 한 의원은 『충청권출신 의원들중 동요하는 의원이 생기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역시 충청권의 다른 의원은 『개인이 지역구를 아무리 열심히 뛰어다녀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총선에 대한 불안감을 표시했다.
대구도 마찬가지다.한 의원의 측근은 『최근 대구 정서로 봐서지역구 일에 몰두하지 않으면 결과는 뻔하다』고 밝혔다.항간에는일부 대전.충청권 의원들이 탈당,자민련으로 옮길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金대통령도 이 점을 간파,직접 챙기지 않고는 동요와 이탈을 막기 어렵다는 판단이 선듯하다.
내부단속과 함께 외부적으로는 범여권의 결속이다.그 가시적인 조치로 그동안 사정의 칼아래 희생됐던 인사들의 사면복권의 폭을넓혀 현정권 출범이전의 일로 문제가 된 인사들을 모두 풀어주는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시기는 8.15 광복절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럴 경우 박태준(朴泰俊)前포철회장,박철언(朴哲彦)前의원등이 포함될 전망이며 김종휘(金宗輝)前외교안보수석.김종인(金鍾仁)前의원.이용만(李龍萬)前재무장관등도 대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설사 이들이 사면복권으로 다시 여권에 복귀하지는 않더라도 金대통령이 화해의 의사를 가지고 있음을 국민들에게 분명히 알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물론 범여권만이 아니라 일부 야권인사들도 혜택을 받게될 전망이다.이 역시 정국을 부드럽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찬바람나는 개혁에서 훈훈한 개혁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다. 그럼으로써 더이상 떠나는 사람을 만들지 않고 이미 나갔던사람도 되돌아오게 하거나 최소한 적대감을 희석시킨다는 목적도 있다. 〈鄭善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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