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아쟁점과흐름>10.세계화 2.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93년말 亞太경제협력체(APEC)에 참여하고 난 이후 세계화가 정치적 쟁점으로 등장하면서 그 표현을 둘러싸고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대신 Segyehwa로 해야한다는 등 촌극을 빚기도 했다.
어떻게 표현되든 「세계화」핵심은 자본과 상품의 국경을 초월한자유로운 이동과 그에 따른 세계적 차원의 경쟁력 강화로 요약될수 있다.
이로부터 심각하게 제기되는 이론적 쟁점은 개인.기업.국가에 대해 적용되는 권리 보장의 지리적 한계와 정도가 어디까지냐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
세종연구소 정진영 연구위원은 이러한 변화를 국가의 존폐와 연결시켜 파악하려는 것에 반대한다.그는 세계화와 국가의 존폐가 이분법적이고 배타적으로 파악되기 보다 상호보완적이고 상호규정적인 관계로 인식돼야 한다고 주장한다.그는 『경제와 사회』 94년 가을호에서 국가를 역사과정에서 그 형태를 달리한 역사적 산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그는 어떤 형태를 띠게될지는 알 수 없으나 국가들 사이의 협력 증대,개인이나 기업의권리에 대한 국제적 보장의 확대, 그리고 공동의 규칙에 기초한국제기구들의 권한 강화 등에 따른 국가 성격의 변화를 예견했다. 이에 대해 한림대 전상인(사회학)교수는 최근 발간된 『동향과 전망』 95년 여름호에서 한걸음 나아가 정진영 박사의 절충적 주장은 다분히 기회주의적이라고 비판하면서 국민국가 위상 변화를 논하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그는▲일반적 생각과 달리 경제블록 간의 교역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경제의 통합도 유럽에 국한된 국지적 현상임을 지적하면서 세계화라는 것도세계사의 혁명적 변화라기 보다 기존의 국가범주에 의한 불확정적한계 조정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가 중심적 접근으로의 재전환」이 요구된다고 주장한다.이런 맥락에서 전교수는 사회주의가 있었던 지역이나 세계체계의 후진적인 지역에서 등장하는 민족주의에 대해 오히려 주목한다.한편 세계화의 국면에서 민족주의.인종주의운동이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이율배반적 현상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도 이와 관련된 쟁점이다.경남대 이수훈(사회학)교수는 이를 유럽과 주변부 국가들 사이의 「지역적 차별」에 의한「국지화」로 파악하고 있고 그런 점에서 전상인 교수와 유사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진영 연구위원은 서울대 「대학신문」(94년10월17일)에 게재한 글에서 이러한 국지화 경향을 세계화 추세에 저항하는 민족주의의 새로운 부흥으로 파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비판한다.현재 민족주의의 등장은▲소련 붕괴와 중앙 정부의 강제력 상실▲세계화에 따른 계급간의 갈등과 국가들 사이의 갈등으로야기되는 민족문제를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오도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그는 오히려 이러한 민족문제가 주변부 국가의 세계화에 동참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평가한다.
金蒼浩 本社전문기자.哲博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