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2150개 없애고 쇼핑몰 … 중국, 체질 바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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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3대 호수 중 하나인 장쑤(江蘇)성 타이후(太湖) 일대는 장강 삼각주 경제의 중심축을 이루는 지역이다. 중국 개방 후엔 대규모 산업단지가 곳곳에 들어서 공장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했다. 그러나 요즘은 공단의 모습을 보기 힘들어졌다. 지난해 5월 타이후 수면에 녹조 현상이 나타난 뒤 당국은 이 호수 인근의 화공·염색 공장 2150곳을 일거에 퇴거 조치했다. 또 ‘환(還)타이후’의 환경을 보호한다고 수질 개선에 1085억 위안(약 14조7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공단은 이래저래 오그라들고 있다. 그러면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의 대표적 공단 지역은 앞으로 뭘 먹고 살아야 할까. 대안은 서비스 산업이었다.

환타이후 지역은 관광-상업을 연계한 서비스 산업기지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값싼 물건을 만들어 내다 팔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중국 안팎에서 돈 싸들고 와서 뿌리고 가는 곳’을 만든다는 게 환타이후의 중장기 계획이다.

이곳의 중국판 유니버설 스튜디오라는 ‘삼국성’을 가보고 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1993년 방영된 중국 CC-TV 드라마 ‘삼국연의’의 촬영 장소였다. 삼국성의 쉬옌성(許燕生) PR 담당자는 “소득이 늘면서 관광객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타이후보다 더 많은 연 100만 명의 관광객을 모은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환타이후 일대를 관광·레저 산업의 클러스터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쑤저우(蘇州)·린안(臨安)·창저우(常州) 등 인근 도시도 관광화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사업은 상하이(上海)에서, 관광은 창싱(長興)에서-.’ 환타이후 지역 창싱 시가 내건 구호다. 이를 위해 타이후 주변에 수상 레저시설, 고급 리조트, 생태 체험 공원을 세울 참이다. 환타이후 일대를 돌아다녀 보니 도매시장을 신설하거나 확장하는 공사가 곳곳에서 한창이었다. 산업기지였던 장쑤성 우시(無錫)는 ‘낡은 산업기지’에서 ‘세련된 서비스 도시’로 변신 중이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국제복장성(國際服裝城·ITFM)을 가봤다. 130만㎡ 넓이의 의류 쇼핑몰로, 중국·한국·서양관을 마련해 해외 상인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ITFM의 한국관을 담당하는 유화식 부장은 “ITFM은 한국의 동대문 시장 모델을 벤치마킹했다. 주문→생산→판매가 신속하고 일관되게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장(浙江)성의 이우(義烏)시는 도시 자체가 거대한 시장이었다. 도심엔 의류·속옷·양말·안경·화장품·통신기기 등 품목별로 엄청난 크기의 도매시장이 들어섰다. 그 중심이라 할 만한 국제상무성(國際商務城)에 들어서면 그 규모에 질려 버린다. ‘푸톈(福田) 시장’으로 널리 알려진 세계 최대 도매시장이다. 건물의 직선거리는 2.5㎞. 연면적은 260만㎡에 달한다. 크게 16가지 카테고리에서 41만 품목이 거래된다. 전 세계 잡화류의 30%를 장악하고, 성탄절 관련 상품의 80%가 여기를 거친다는 게 시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우 시는 이런 시장을 연면적 100만㎡ 넓히는 공사를 하고 있다. 새로 짓는 신관은 내수시장을 겨냥했다. 푸톈 시장을 관리하는 CCC 그룹의 딩운펑(丁云峰) 부총재는 “이우도 중국 경제발전 추세에 맞춰 변신해야 한다. 이제 내수 비즈니스 비중을 키울 때”라고 말했다.

이우는 벤치마킹 모델이 됐다. 이와 유사한 시장이 중국 전역에서 건립되고 있다. 허베이(河北) 성도인 스자좡(石家庄) 정딩(正定)현엔 지난해 말 연면적 17만㎡ 규모의 생활잡화 도매시장이 들어섰다. 3년 안에 100만㎡로 시장을 확 넓힐 계획이다. 물류 및 생산기지도 서울 여의도의 3분의 1 정도 면적인 280ha 부지에 건설한다. 바야흐로 중국 전역은 도매시장 건설 붐으로 들끓는다. 공무원들도 시장이 얼마나 신축되는지 집계하기 힘들다고 고개를 저을 정도다.

점포 입주 혜택 같은 상업 촉진 인프라도 탄력을 받고 잇다. “입주 후 3년간 각종 세금과 관리비를 면제해 준다”고 정딩시장의 런쥔궈(任俊國) 총경리는 전했다. 과거 중국 지방정부가 생산시설을 유치할 때 내건 유인책을 연상케 한다. 그는 “국가적으로 상업 진흥에 관심이 크다”며 “세계 어느 나라 물건이든 사고파는 장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타이후를 시장·관광지 중심의 서비스산업 전진기지로 만들려고 중국 정부는 고속도로 망을 정비하는 등 인프라 확충에 열심이다.  

본지·무역협회 특별취재팀
중앙일보=양선희·이철재 기자
한국무역협회=김경용 아주팀 차장, 정환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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