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TF팀 해체’ 지시 … 갈 곳 없는 공무원 2000여 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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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의 A국장은 28일 오전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전화를 받았다. “죄송합니다. 교육을 받으셔야겠는데요….” 장관의 메시지는 간단했다. A국장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만 “(교육받으러) 가겠으니 내가 뽑은 사람들은 살려 달라”고 부탁했다.

A국장은 7일 교육과학기술부 특별팀(TF) 단장에 임명됐다. 이 팀의 역할은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공약을 실행하는 것이다. A국장은 20여 일 만에 또다시 짐을 싸야 한다. 그는 4월 1일부터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6개월간 교육을 받게 된다.

행정안전부가 27일 각 부처에 TF 해체 공문을 보낸 이후 각 부처에 인사 태풍이 다시 몰아치고 있다. 부처가 통폐합한 지 한 달 만이다. 태풍의 진원지는 이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25일 “일부 부처에서 정부조직 개편으로 발생한 유휴인력을 TF 형태로 만들어 편법관리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대통령이 직접 거명한 곳은 기획재정부였다. 그러나 타격이 가장 큰 곳은 정원을 초과한 공무원이 많은 국토해양부·농림수산식품부·교육과학기술부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조직개편에 따라 공무원 총 정원에서 초과된 인원은 3427명이다. 이 가운데 퇴직 등 자연감소인원 1400여 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이 초과인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 부처는 TF에 소속된 인원을 교육 보내거나 기존 부서에 발령받은 인원을 추려내 6개월 이상의 교육을 보내기로 했다.

◇공무원 사회 덮친 ‘인사 쓰나미’=교육과학기술부의 법적 정원은 814명이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통폐합 당시 정원을 초과한 인원이 392명이었다. 이 가운데 자연감소분을 빼면 연내에 178명(4급 이상 50여 명)을 줄여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 가운데 122명을 3개 TF(영어교육강화추진단·교육분권화추진단·대학자율화추진단)에 배치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3개 TF를 없애는 동시에 교육을 보낼 인원을 추리고 있다. 사라지는 TF의 업무는 기존 부서들이 나눠 맡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31일께 또다시 대규모 인사를 할 예정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TF 구성은 지난 1월 말 대통령직 인수위가 내린 지침에 따른 것”이라며 “행정안전부도 그 내용을 알고 있었으며, 지금까지 사실상 묵인했다”고 반발했다.

기획재정부는 유통구조개선TF·규제개혁TF 등 7개 TF팀장(국장급) 모두 교육을 보내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법정 정원은 909명이나 기존 인력이 1049명이어서 140명(4급 이상 30여 명)이 정원 초과 상태다.

정원 외로 6개 TF를 만들었던 농림수산식품부도 과장급 팀장들을 교육 보내기로 했다. 국토해양부는 7개 TF 중 ‘집값 안정 및 분양가 인하 TF팀’ ‘건설사업 프로세스 개선 TF팀’ 등 6개를 해체키로 하고 교육 대상자를 물색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없어지는 TF 팀원 모두를 교육 보낼 수도 없고, 인사를 완전히 새로 할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인사 대상이 된 다른 공무원은 “군대처럼 줄 잘못 섰다 불이익을 당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나태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부처가 남는 인력을 편법으로 관리하려다 고통을 키웠다”고 말했다.

강홍준·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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