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과학칼럼

쿼바디스 인터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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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10년 후에도 우리는 서태지나 김건모 같은 가수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CD 음반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에 판매 1위를 기록한 조성모의 ‘아시나요’가 197만 장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에는 1위 SG워너비의 ‘아리랑’이 19만9900장에 그쳤다. ‘텔미’ 신드롬의 원더걸스도 고작 4만8000장뿐이다. MP3로 듣는 사람이 많아졌고 불법 복제가 성행하기 때문이다. 생태계가 바뀌어 가수들이 음악성보다 춤이나 말재주에 의존하는 경향이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으로 거의 공짜 요금으로 영화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지적재산권을 보호해주지 않으면 창작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1969년 미 국방부 연구기관들 사이의 정보 공유를 위해 ARPAnet이란 이름으로 시작된 인터넷은 도로에 비하면 꼬불꼬불 ‘신작로’와 같은 것이었다. 사용자가 늘자 80년대 초에는 TCP/IP라는 정보 소통 표준규칙이 정해졌다. 마치 도로에서 우측 통행을 한다는 정도의 간단한 규칙이었다. 그 후 광대역 초고속 통신망이 보급되면서 현재 전 세계 이용자가 12억 명에 이르렀다. 이처럼 이용자가 늘고 속도가 빨라지면서 인터넷의 문제점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12억 명이 사용하다 보니 현실에 맞지 않는 점이 나타난 것이다.

10년 후를 생각하는 차세대 인터넷은 첫째로 ‘정보 전달 속도’가 빨라져야 한다. 현재 우리 가정에 들어오는 인터넷은 최대 10메가bps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고화질 디지털 영화를 미리 다운받아 놓지 않고,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로 감상할 수 있는 속도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인터넷으로 다른 작업을 할 수 없다. 정보 소통에 체증이 생겨 인터넷이 갑자기 바보처럼 느려지고 영화도 자꾸 끊긴다. 한 가정에서 영화도 보고 인터넷 게임도 하면서 동시에 여러 작업을 하려면 약 100메가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는 ‘정보 보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의 인터넷은 아직 이용자가 많지 않던 시절 정해놓은 규약에 의해 움직인다. 그 당시에는 정보를 훔쳐볼 일도 없었고 바이러스를 만들어 퍼뜨리는 사람도 없었다. 불법 스팸 광고도 없었고 더더욱 다른 사람의 예술 작품을 무단으로 복사해 갈 것이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이용자가 늘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마치 ‘신작로’ 시절에 정해놓은 교통규칙이 고속도로에서는 맞지 않는 것과 같다. 그 당시에는 자동차 번호판도 필요없고 도난사고도 없고 교통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 정보 보호와 지적재산 보호를 위한 손질이 필요하다. 도로를 조금씩 수리해 꾸려 나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고속도로를 건설하듯 완전히 새롭게 해야 한다. 여기에는 기술뿐만 아니라 사회규범까지 포함된다.

셋째 방향은 ‘이동성’이다. 상대방 얼굴을 보면서 이동전화를 즐기는 3세대 이동통신 시장이 뜨겁더니, 이제는 3.5세대라 불리는 모바일 인터넷이 출시되었다. 우리나라는 최대 시속 100km로 이동하면서 20메가 속도의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와이브로’ 기술을 개발, 세계 표준으로 정하는 데 성공하였다. 더 나아가 300km의 고속철도에서도 100메가 무선인터넷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4세대 통신도 개발 중이다.

이런 변화는 10년 안에 이루어질 것이다. 사용자 50억 명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한다. 지적재산권이 보호되어 또 다른 서태지와 김건모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그 다음 30년 후에는 어떤 인터넷 세상이 펼쳐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30여 년 전 꼬불꼬불 ‘신작로’처럼 시작된 인터넷이 가수라는 직업을 위협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인터넷, 어디로 가시나이까? 쿼바디스 인터넷!

이광형 KAIST 바이오및뇌공 학과 미래산업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