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중앙음악콩쿠르] 영광의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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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중앙음악콩쿠르의 문은 한번에 열리지 않았다. 24일 막을 내린 제34회 중앙음악콩쿠르에서는 예전에 한두번 미끄러졌던 참가자들이 다시 도전해 1위에 오른 사례가 많았다. 입상소감, 심사평, 본선 채첨표를 싣는다.

김호정 기자

클라리넷 홍창준
자신감 얻은 것이 가장 큰 수확

홍창준(24·한국예술종합학교)씨는 2004년 중앙음악콩쿠르 1차 예선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4년 만에 다시 도전해 49명의 참가자 중 1위에 올랐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 이날 성취의 비결이다. “그 사이에 많은 실패가 더 있었어요. 그 이듬해 파리 고등음악원 입학시험을 봤는데 아주 기본적인 시창·청음을 못해 떨어졌죠. 충격의 연속이었어요.” 이후 기초부터 차근히 닦았다. 또 오전 3시까지 연습에 매달렸다고 한다. 홍씨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악기를 했는데 이번이 생애 첫 ‘1등’의 타이틀”이라며 “스스로에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 것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심사평
어려운 곡 잘 소화

1·2차 예선 과제곡이 상당히 어려웠는데도 참가자 모두 수준 이상의 테크닉과 음색을 들려주었다. 하지만 본선곡 모차르트 협주곡은 어렵지 않은데도 실수를 했다. 이 곡은 클라리넷 연주자에게 중요하다. 전세계의 오케스트라 오디션 곡으로 거의 항상 나오기 때문이다. 어려운 예선곡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던 만큼 더 좋은 연주를 할 수 있었을 것같은 아쉬움이 남았다. 임현식(경북대 교수)

바이올린 이우일
훌륭한 스승 가르침 덕분

이우일(19·한국예술종합학교)군은 친구들 사이에서 ‘독한 놈’으로 통한다. 경남 창원이 고향인 그는 중학교 과정인 서울 예원학교 입시에 떨어졌다가 1년 후 시험을 다시 봐서 편입했다. 그 다음 학기부터 30여명의 동기 중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이군은 “선생님을 잘 만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학교 2학년에 만난 김남윤 교수는 느긋하고 성격좋은 이 군의 생활습관부터 바꿔놨다고 한다. 지난해 중앙음악콩쿠르 본선무대에서 왼손에 쥐가 나는 바람에 3위에 그쳤을 때도 “핑계대지 말라”며 꾸짖은 것도 김 교수였다. 올해 정신을 바짝 차리고 1위에 오른 그는 “앞으로 국제 콩쿠르까지 이 마음을 이어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심사평
연주자들 개성 돋보여

본선 과제곡은 프로코피예프의 g단조 협주곡이었다. 본선 진출자 세명의 연주는 모두 달랐다. 가장 먼저 연주한 권명혜는 박력있는 연주가 돋보였고 김재영은 독창적인 해석이 인상깊었다. 마지막으로 연주한 이우일은 테크닉이 좋았다. 또한 모두 다른 단점도 가지고 있었다. 각각 아름다운 선율, 정확한 기술, 단단한 리듬이 아쉬운 연주였다.

조영미(연세대 교수)

남자성악 이승수
작년 ‘감기 교훈’ 이 큰 도움

“성악가로서 정말 창피했어요. 감기에 걸려서 거의 아무 표현도 못했거든요.” 이승수(23·서울대)씨는 지난해 중앙음악콩쿠르 본선무대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본선 사흘 전부터 병원을 오가던 그는 3위에 만족해야했다. “하지만 정말 많이 배웠죠. 이번에는 컨디션 관리가 성악가의 생명이라는 점을 명심했으니까요.” 그는 이번 본선 무대에서 브람스의 가곡을 자연스러운 창법으로 전달하며 9명의 심사위원 중 6명에게 1위로 낙점받았다. 많이 연주되지 않는 아리아를 선택해 인상적으로 노래한 것도 좋은 점수를 받은 원인이었다. 그는 “항상 마음을 비우고 아름답게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심사평
세계수준 연주 들려줘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린 부문답게 참가자 모두 세계적인 수준의 연주를 들려줬다. 예선 때부터 훌륭한 재능을 가진 지원자들이 많아 옥석을 고르기가 어려웠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자기의 소리나 능력보다 어려운 곡을 선택한 참가자에 대한 것이다. 성악가는 자신에게 쉬운 곡을 완벽하게 연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석배(계명대 교수)

작곡 심사평 혼합음색 표현 아쉬워

본선과제곡이었던 세명의 소프라노와 금관악기 1개, 타악기 1개를 포함하는 5인의 주자를 위한 음악은 흔치 않은 편성이다. 이 과제에 맞춰 작품을 구상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으리라 본다. 뛰어난 작품이 없어 1등을 내지 못한 것이 특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참가작들은 악기 사이에 효과적인 혼합 음색을 창출해 내는 데는 미흡했던 점을 고쳐야한다고 본다.

박정선(단국대 교수)

첼로 심사평 변주마다 강한 개성 눈길

네 명의 본선 진출자 모두가 각자 최고의 기량을 보여줬다. 각 변주곡의 진행에서 이들의 강한 개성과 장점들을 충분히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섬세함의 부족, 단조로운 음색, 기술적 불안정함도 동시에 보였다. 어느 부분에 더 비중을 두고 심사하는가에 어려움이 있었다. 앞으로는 모든 참가자가 차이콥스키가 요구하는 음악적 어법과 테크닉을 위해 노력하기 바란다.

백청심(서울대 교수)

여자 성악 심사평 실력 갖춘 참가자 많아

정확한 딕션과 풍부한 성량, 음악적으로 훌륭한 표현을 펼치는 참가자를 예년과 달리 많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음정이 불안한 연주자도 간혹 보였다. 안정적인 호흡에 대한 훈련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기쁨, 슬픔, 분노 등 작곡가·작사가가 어떤 표현을 요구했는지 충분히 알고 불러야 한다. 시종일관 같은 목소리는 감상에 방해가 된다.

하석배(계명대 교수)

피아노 심사평 각자 다른 스타일 뽐내

본선에 오른 네명은 모두 스타일이 달랐다. 1번 김종윤은 더 바랄 것 없는 테크닉으로 연주했다. 2번 정예원은 자신만의 표현방법이 확실했다. 3번 조성수는 쉽게 연주하는 재주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4번 이섬승은 브람스를 따뜻하고 아픈 소리로 연주했다.

조영방(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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