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분수대

이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식품의 안전을 위협하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생물학적·화학적·물리적 위해 요소다.

이 중 공중 보건상 가장 중요한 것은 생물학적 위해 요소. 간단히 말하면 식중독균이다. 음식을 먹은 뒤 배탈·설사 등 탈이 났다면 95% 이상이 식중독균 탓이다.

화학적 위해 요소는 농약·항생물질·중금속·환경호르몬·곰팡이독 등을 가리킨다. 일반인에겐 공포의 대상 1위이나 식품전문가에겐 ‘그저 그런’ 위험이다. 극소량인 데다 설령 피해가 있더라도 수십 년 후에나 나타나기 때문이다.

생쥐 머리에서 시작해 칼날·지렁이·파리·애벌레·컨베이어 벨트 조각·곰팡이 등 요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품 내 이물(異物·foreign materials)은 물리적 위해 요소다.

국내에서 발생한 이물 사고 중 우리가 기억할 만한 것은 납꽃게 사건(2000년)과 김치 기생충알 파동(2005년)이다. 중금속인 납은 화학적 위해 요소, 기생충은 생물학적 위해 요소지만 납덩이와 기생충알은 이물로 분류된다.

두 사건은 관련 업계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 문닫는 꽃게탕집이 속출했고 ‘김치 너마저…’하는 소비자의 탄식과 함께 김치 생산업체가 줄도산했다. 기생충알은 먹어도 감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태는 수습됐지만 김치의 대(對)일본 수출액이 중국에 추월당하는 계기가 됐다.

어떤 이물은 듣는 것만으로도 섬뜩하고 불쾌하며 스트레스를 주지만 건강상 위험은 생물학적·화학적 위해 요소보다 훨씬 적다.

우리 식품공전에서 이물은 불검출이 원칙이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도 이물을 100% 걸러내지는 못한다. 2001년 1월~2002년 9월 미국 농무부(USDA)에 접수된 1309건의 소비자 불만 가운데 331건(25%)이 금속·플라스틱·유리 등 이물이었다. 정밀도 99.999%의 이물 검사장비를 가동시켜도 10만 번 중 1번은 놓친다. 이물 방지를 위해 우주복 같은 옷과 고글을 착용하고 일하는 회사에서도 이물은 나온다. 회사에 불만을 품은 직원이 고의로 넣는 경우도 있다. 국내 8개 식품회사의 내부 자료(3년 통계)에 따르면 이물의 발생은 제조자 탓(15∼20%), 소비자 실수(25∼30%), 블랙 컨슈머의 자작극(1∼2%), 잘못된 유통과 보관 과정(51%)에 기인한다.

잇따른 이물 소식으로 상심해 있을 소비자에게 “이물 사고는 고의만 아니라면 건강상 피해자를 찾기 힘든 것이 특징”이라는 『식품 내 이물 예방법』(덕 페어리소)의 한 대목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