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無血쿠데타 배경-實權없는 父王축출 實勢 전면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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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카타르의 무혈 왕정 쿠데타는 어느정도 예견되던 일이었다.
중동 역사에 있어 부자간의 권력 다툼은 드문 일이 아니다.이번에 축출된 왕 자신도 지난 72년 당시 국왕이던 삼촌이 외유중인 틈을 타 무혈 쿠데타로 집권했다.
이번 쿠데타의 주역인 하마드 빈 할리파 알 타니 왕세자는 지난 92년 이후 카타르의 실질적 통치자로 행세해 왔으나 최근들어 부왕(父王)의 노골적 정책 개입으로 부자간의 갈등이 부쩍 심화돼왔다.
축출된 할리파 빈 하마드 알 타니 국왕은 하마드 왕세자에게 실권을 넘겨준 이후 명목상 국정의 최고책임자일 뿐 허수아비 왕에 불과했다.그러나 최근 들어 그가 국가적 중대사안에 자주 개입하는 사례가 발생,결국 장남에게 왕권 이양(移讓 )을 스스로재촉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지나친 원유수출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카타르 정부는수십억달러를 들여 천연가스 개발사업을 추진,외국 합작 파트너를물색해왔으나 그 과정에 할리파국왕이 개입,장남 측근들의 불만을샀다.또 할리파 국왕은 그동안 2만명이 넘는 왕실가족들을 거느리면서 왕가와 왕세자를 미는 정부내 소장층과의 정책협상에 융통성을 보이지 못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결국 이번에도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각료들과 상의도 없이 이집트 공식방문에 나섰다가 쿠데타의 기회를 제공한 꼴이 됐다. 이런 의미에서 하마드 왕세자의 전면 등장은 카타르의 실권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모호성을 제거한 정도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주변국들은 풀이하고 있다.
할리파국왕은 92년 하마드에게 내각 임명권을 주고 사실상 국정운영을 일임해 왔다.
[도하.두바이 UPI.로이터=聯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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