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위원장 취임, 시동 걸린 ‘방통융합 엔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최시중 초대 방송통신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최승식 기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6일 오후 3시쯤 서울 광화문 방통위 건물에 모습을 드러냈다. 위원장 내정 24일 만이었다. 그동안 그는 매일 이 앞을 지나다녔다. 하지만 인사 청문회 문제로 14층 자신의 집무실을 한 번도 방문하지 못했다. 5분 거리에 있는 다른 건물에 머물며 보고받고 업무 준비를 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이날 최 위원장의 입성은 ‘1기 방통위’가 정식 출범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한 달 가까이 업무 공백 상태였던 방통위도 부산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별도의 기자 회견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취임사에서 1기 방통위의 구상을 읽을 수 있었다.

취임사에서 그는 “올해를 방송·통신 융합 시대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간 방송과 통신이란 영역 구분에 얽매여 세계 흐름에 뒤처져 왔다”는 반성 뒤의 선언이었다. 특히 미디어 융합 산업이 국가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란 믿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디지털 융합에 따라 향후 5년 동안 생산 효과가 160조원이 넘고 새로운 일자리가 100만 개 이상 생길 것”이라며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의 임명장 수여 직후 이명박 대통령도 융합 산업의 부가가치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선진화라는 게 모든 것이 본래 있어야 할 제자리로 가는 것”이라며 “신성장동력으로서 방송·통신의 역할이 큰 만큼 앞서가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치 논리를 빼고 전문가적 입장에서 정책에만 신경써 달라”고 당부했다.

본격적인 미디어 융합 시대의 개막과 함께 최 위원장의 앞에는 많은 과제도 쌓여 있다. 우선 옛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 직원 사이의 화학적 융합이 시급한 과제다. 최 위원장도 취임사에서 “방송과 통신이 하나로 묶였듯 우리도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직 융합 다음에는 실질적인 정책의 융합이 기다리고 있다. 방송과 통신업계는 그간 인터넷TV(IPTV) 시행령 등 많은 사안에서 대립각을 세워 왔다. 그런 현안들이 이제 한울타리 안에서 조정돼야 한다. 선문대 황근(신문방송학) 교수는 “규제 수위가 낮은 통신과 엄격한 규제의 방송이 만나면서 규제가 풀리는 건 세계적 추세”라며 “두 영역의 규제 수위를 맞춰 가는 탁월한 조정 능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와 ‘국민의 이익’이란 키워드를 거듭 강조했다. “이념이나 정치 논리가 아니라 한국 미디어 정책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며 “방송과 통신의 칸막이를 허물고, 법과 제도를 융합 환경에 맞춰 선진국 수준으로 고쳐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향후 ‘지상파 독과점’이 심각한 방송 분야에도 이 같은 ‘글로벌 스탠더드’의 원칙이 적용될 전망이다. 한편 방통위는 이날 전체 회의를 열어 송도균 위원을 1년 6개월 임기의 부위원장으로 선임했다.

글=이상복 기자 , 사진=최승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