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어 2004년 대만 갔던 두루미 서울대공원서 야생회귀 ‘생존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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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2004년 1월 대만의 한 마을에서 두루미가 나타났다. 이 시기에 철새 두루미는 한반도 지역에서 겨울을 나고 시베리아 또는 중국 북동부로 이동한다. 하지만 문제의 두루미는 동료 무리에서 떨어져 길을 잃고 대만에 가게 된 것이다. 대만에서 두루미가 발견되기는 1934년 이후 70년 만이라고 한다. 때문에 이 두루미는 대만 국민으로부터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져 사랑을 받았다. 머리에 붉은 털이 유달리 예뻐 ‘붉을 단(丹)’ 글자 두 개를 이은 ‘단단’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그러나 그해 9월 단단은 공군비행장에서 노닐다 부상을 입었다. 비행기 안전을 위해 비행장에서는 산탄을 쏘는데 그 탄환에 맞았다. 단단은 타이베이시립동물원 야생동물구조센터로 긴급 후송됐다. 검사 결과 6개의 산탄이 몸에 박혀 있었다. 수술을 통해 산탄을 제거했고 날갯짓을 다시 할 수 있게 됐다.

타이베이시는 단단이 대만에 있으면 또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 야생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해 자매결연도시인 서울시에 협조를 구했다. 해마다 철원으로 찾아오는 250여 마리의 두루미와 함께 자연으로 돌려보내자는 것이다.

단단은 28일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온다. 이어 철원 철새도래지 방사를 목표로 서울대공원 ‘큰물새우리’에서 특별훈련에 들어간다. 하루 2~3회 비상훈련과 미꾸라지 등 살아있는 먹이를 잡아먹는 교육을 받는다.

서울대공원 김보숙 동물운영팀장은 “자연적응 훈련을 받은 뒤 내년 11월 철원에 두루미 떼가 날아오면 그 주변에 방사해 무리와 함께 이동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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