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재건축 인허가 기간 내년부터 1년 반으로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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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내년부터 아파트 재건축 인허가에 걸리는 시간이 지금의 절반인 1년6개월로 줄어든다. 또 역세권을 재개발하면 용적률과 층수 제한이 완화된다.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25일 이 같은 방식으로 도심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신도시 개발보다 기존 도심 재개발·재건축을 먼저 추진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다.

지금은 아파트 재건축을 하려면 인허가를 받는 데만 약 3년이 걸린다. 주민 동의를 받는 절차와 요건이 복잡한 데다 계획이 조금만 수정돼도 심의를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이런 문제점을 고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개정안을 10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에 따르면 도시계획 심의와 건축 심의가 통합돼 심의 기간이 2개월 단축된다. 주민 동의 절차가 간소화되면 사업 기간도 10개월 줄어든다.

국토부는 또 개발 수요가 있는 역세권을 도시재정비촉진지구로 추가 지정해 고밀·복합 개발을 허용할 방침이다. 후보지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12월까지 선정한다. 재정비촉진지구가 되면 지자체 조례에서 정한 용적률이 국토계획법상의 용적률보다 낮더라도 국토계획법상의 용적률을 적용받는다. 2종 주거지역의 층수제한(서울 16층)도 받지 않는다. 전용면적 85㎡ 이하의 중소형 주택 의무건축 부담도 줄어든다. 일반적인 주택 재개발은 전체 주택의 80%를 중소형으로 지어야 하지만, 재정비촉진지구가 되면 60%만 지으면 된다. 현재 재정비촉진지구는 서울 은평 뉴타운을 비롯해 서울 22곳, 전국 47곳이다.

정부가 이처럼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에 나섰지만 시장은 아직 무덤덤하다. 재개발은 규제가 어느 정도 풀린 상태이고, 재건축은 용적률이나 임대주택 의무 건설 같은 핵심 규제에 대한 완화 방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 반포동 경원공인 김홍년 사장은 “예전 같으면 아침부터 문의 전화가 쇄도했을 텐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서민들의 내집 마련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분양가 상한제가 재건축의 발목을 잡아 결국은 주택 공급을 지연시킨다는 주장도 나왔다. 주거환경연구원이 서울 강남권에서 755가구를 재건축하는 단지를 대상으로 분석한 것이다. 연구원은 분양가 상한제를 비롯한 6개 규제로 재건축 조합원이 규제 전보다 가구당 2억9100만원의 손실을 본다고 밝혔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로 비조합원의 분양가는 가구당 22.5%(1억7414만원) 줄어들지만, 조합원 부담은 71.8%(9360만원)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태섭 연구실장은 “과감한 규제 완화가 없으면 재건축이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용적률이나 분양가 상한제 완화는 주택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훈·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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