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위전 도전기 이모저모-曺 끈질긴 추격 3대3 동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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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차라리 처음부터 단판승부로 하지.』 22일 오후7시10분,왕위전도전기 제6국에서 승리해 3대3 타이스코어로 따라붙은 조훈현9단은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3대3.드디어 한판으로 승부가 난다.추격에 성공한 曺9단은 자신감을 얻은 얼굴이었다.
유창혁왕위의 안색은 병색이 감돈다 싶을 정도로 처져 있었다.
처음 2연승으로 호조를 탔을 때 「방어」는 시간문제 같았다.그러나 어언 3대3.상념에 잠긴 그의 모습은 이렇게 말하는듯 했다.『曺9단은 참으로 끈덕지다.그걸 잠깐 잊은 내 가 어리석었다.그 집념이 존경스럽다.』 이날 한국기원엔 랭킹1위 왕위전의열기를 반영하듯 이창호7단.김인9단.서봉수9단.김수장9단.양재호9단.임선근8단등 일류기사들이 총출동해 온종일 대국을 지켜봤다.劉왕위가 이기면 왕위 4연패에 성공한다.하나 남은 타이틀을지켜 이창호 와 겨룰 입지를 사수하려는 劉왕위의 자세는 필사적이었다.무관의 曺9단은 더욱 절박했다.이 판을 지면 어딘가 아득한 나락으로 추락해 버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그러나 이날 바둑은 의외로 잘 풀려나갔다.
〈참고도〉를 보자.
劉왕위는 白1,3으로 기습공격해黑대마를 분단시켰다.멀리 하변白쪽으로 몰아붙여 일거에 승기를 잡으려는 야심찬 계획.그러나 배후를 찔러온 黑24에 발목이 잡혔다.25의 묘수로 응급처치했으나 결국 31의 가일수가 필요했고 이틈에 黑은 선취득점을 유지한채 멀리 달아나버렸다.돌이켜 볼때 제1국은 劉왕위의 역전승이었고,제2국은 劉왕위의 완승이었다.曺9단은 체력이 한계에 온듯했고 이 불굴의 승부사도 드디어 막다른 골목에 선듯했다.그러나 曺9단은 제3국의 「반집승」을 고비로 끈덕지게 따라붙었다.
단판승부로 타이틀이 결정될 결전의 제7국은 7월6일 한국기원에서 벌어진다.이 경우 추격자가 심리적으로 유리하다는게 통설이다.그러나 단판승부는 배짱싸움이고 劉왕위는 누구보다 배짱이 좋다는 분석도 유력하다.
朴治文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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