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취재지원선진화 조치에 의해 폐쇄됐던 경찰청 기자실이 103일 만인 24일 경찰청 본관 2층 원래 자리에 다시 문을 열었다. 전기와 인터넷이 끊기고 청사 복도에 촛불을 켜놓고 생활해야 했던 출입기자들이 함께 촛불을 끄며 기자실 복원을 자축하고 있다. 위 사진은 지난해 12월 촛불을 켜고 기사 작성을 하던 모습. [사진=김태성 기자]
기자실을 대체하기 위해 1억여원을 들여 만든 ‘기사 송고실’은 업무용 공간으로 바뀔 계획이다. 정부의 무리한 조치로 혈세만 낭비한 셈이다.
지난해 12월 3일 경찰청 기자실엔 인터넷·전화·전기가 모두 끊겼다. ‘기사 송고실’로 이전하라는 압력이었다.
기자들은 이를 거부했다. 대신 촛불을 켠 채 기자실을 지켰다. 그러자 경찰은 직원과 전·의경 50여 명을 동원해 ‘실력 행사’에 나섰다. 결국 같은 달 13일 새벽 기자실에 자물쇠를 채웠다.
다음 날부터 기자들은 경찰청 1층 로비에 모였다. ‘항의 농성’을 겸한 취재와 기사 작성을 했다. 얼어붙은 손은 입김으로 녹였다. 기자들이 원한 것은 기자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었다. 국민의 알 권리, 언론의 취재권을 짓밟은 경찰에 대한 항의였다.
경찰은 정부 부처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취재 선진화 계획’을 가장 충실히 수행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여기엔 경찰 지휘부의 언론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총수인 이택순 전 청장 등 경찰 수뇌부는 수차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특히 이 전 청장은 김승연 한화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과 관련해 부적절한 골프 회동과 전화 통화를 했다. 청탁을 받고 수사 라인에 압력성 전화도 했다. 본지 등 언론은 이를 독자에게 알렸다. ‘권력에 대한 비판·감시’라는 임무에 충실했다. 그러나 경찰은 잘못을 고백하는 대신 ‘언론 탓’에 급급했다. “경찰관 구속자가 늘어난 이유는 경찰의 사소한 실수를 대서특필하려는 언론 때문”이라는 상식 밖의 주장도 했다.
경찰은 인원만 15만여 명(전·의경 포함)에 이르는 거대 조직이다. 평범한 시민에겐 두려움 그 자체다. 복원된 기자실 벽엔 ‘촛불 농성’ 당시의 사진이 액자로 만들어져 걸릴 예정이다. 경찰이 거듭나는 날까지 가장 가까운 ‘벗’이자 ‘비판자’로 함께한다는 게 기자들의 각오다. 경찰·기자 모두 국민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글=천인성 사회 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