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리엔지니어링 가정까지 파고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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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나는 부모님을 만나 아버지날을 기념하기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뉴욕을 방문했다.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무언가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다.아버지는 『여행가방을 풀기 전에 물어볼게 있다』고 말했다.
『뭔데요?』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아버지는 『가정을 리엔지니어링하는 문제야』라고 답변했다.
『그래요? 그럼 냉장고에서 맥주나 꺼내고 시작하죠.』 『잠깐,한정된 자원을 활용하기에 앞서 음료수를 마시는 것이 가정事의중요한 과정중 하나인지 알고 싶구나.』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거예요.』 『한 가족으로서 우리가 하는 일이 무엇인가하는 점이다.지금과 같이 자원이 부족하고 지구촌이 한마당이 되는 시대에 옛날식으로 할 수는 없단다.낭비와 군더더기를 없애야한다.낡은 것을 땜질하느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낫지.』『그 점은 아버지 말씀이 옳아요.』 나는 대꾸할 말을 찾았다.
『가족끼리 서로 사랑하는 것,그건 인정하시겠지요.누나 결혼식때아버지가 얼마나 즐거워 했는지 기억나세요.』 『즐겁지 않을 리가 있느냐』며 그는 덧붙였다.『사양산업의 경쟁력없는 상품을 가까스로 처리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말씀하시다니 믿을 수 없어요.어머니가 아버지 말씀을 듣는다면 난리가 날거예요.그런데 어머니는 어디계시지요?』 『군더더기는 경쟁에서 해가 된다』며 그는 잘라말했다.『일에서 돌아오면 나는 장을 본다.집에 와서는참치 샐러드를 후딱 준비해 먹고 설겆이를 한 후 내손에 키스하고 잠자리에 든다.다양한 역할은 따분함을 줄이는 해독제지.』 『너무 하시군요.혹시 어머니와….』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하는 것이다.가정은 새로운 형태를 취하고 있는 거야.
줄여갈 군더더기는 아직까지도 남아있지만….』 『아버지,설마.』아버지는 법률 용어가 가득찬 종이와 펜을 내게 건네주었다.그것은 부자(父子)관계 종결 서류였다.
『지금 서명하면 전직(轉職) 알선 회사에서 6개월간 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들 자리를 알아봐주는 전직회사라구요.누가 내 나이의 아들을 데려갑니까.』 『그렇다고 너를 평생 돌볼 수는 없지 않니.』 〈세드 리버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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