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기 큐 “미인은 연약 ? 편견 깨고 싶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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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할리우드에서 잘 나가는 아시아계 스타 매기 큐. 대작영화 ‘삼국지’에서 여장수로 나온다. [사진=태원엔터테인먼트 제공]

『삼국지』중 가장 유명한 대목 중 하나로 꼽히는 장판교 전투. 유비의 충복 조자룡이 조조의 1만 대군에 맞서 유비의 아들 유선을 구출, 불세출의 영웅으로 탄생하는 극적인 순간이다. 이를 지켜보며 훗날의 복수를 다짐했던 위나라 장수가 있었다면? 그것도 여장수라면? 이런 흥미로운 가정이 4월 3일 개봉하는 한·중 합작영화 ‘삼국지: 용의 부활’에서 펼쳐진다.

‘삼국지: 용의 부활’은 ‘가문의 영광’ 시리즈를 만든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제작비의 대부분인 2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시나리오 각색과 컴퓨터 그래픽(CG) 등 후반작업을 맡은 대작. 류더화(劉德華)가 조자룡을, 홍진바오(洪金寶)가 조자룡과 진한 우정을 나누는 나평안으로 출연한다. 이 작품에서 조조의 손녀이자 냉철함과 지략을 겸비한 여장수 조영을 연기한 매기 큐(29)가 22일 내한했다. 한국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다.

매기 큐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아시아계 여배우의 선두주자다. 2006년 ‘미션 임파서블3’에서 톰 크루즈의 파트너 요원으로, 지난해는 ‘다이하드 4.0’에서 브루스 윌리스와 대결하는 미녀 악당으로 출연했다. 그의 가장 큰 ‘무기’는 태생에서 비롯된 영어 실력이다. 1979년 하와이 호놀롤루에서 폴란드·아일랜드계 미국인 아버지와 베트남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어린 시절 홍콩으로 건너가 모델 활동을 했다. 조영은 당초 남자 장수로 설정됐으나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가 글로벌 시장을 의식해 여성으로 바꾸고 매기 큐를 캐스팅했다.

중화권에서 활동했지만 놀랍게도 그는 『삼국지』를 읽어본 적도, 조조를 비롯한 『삼국지』의 등장인물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고 했다. “누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조조같은 사람’이라고 하는 것을 몇 번 들었어요. 악명 높은 인물이라는 정도만 알고 촬영에 임했어요.”

사실 매기 큐의 생김새는 ‘선탠 미인’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정도로 현대적이다. 전통적인 아시아인, 특히 중국 쪽과는 거리가 느껴진다. 이 때문에 출연 사실이 알려진 후 ‘비현실적’이라는 우려를 사기도 했다. “바로 그런 우려 때문에 더욱더 조영 역을 하고 싶었어요. 매기 큐가 강인하고 당찬 중국인 여장수 역할을 잘 못 해낼 거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깨뜨리고 싶었거든요. 더구나 조영은 실존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저만의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 끌렸어요. 매기 큐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가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완전히 뒤집히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가냘픈 체구를 지닌 그는 ‘미션 임파서블3’ ‘다이하드 4.0’의 고강도 액션 장면에 이어 이번에는 대규모 전투 신을 소화해야 했다. “겉으로나 내면적으로나 강인하게 보이는 여성을 연기하는 게 참 재미있어요. 전투 장면보다는 중국어(베이징어) 구사가 제겐 가장 큰 난관이었어요. 그냥 외워서 말하는 수준이 아니라 여장수로서 대사를 100% 소화해서 전달하지 않으면 안됐으니까요.”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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