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비엔날레 한국展을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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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지난 6일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개막식이 열리기 하루전 대강의 마무리공사가 끝난 마당에 한쪽에서 유리벽 안쪽의나무칸막이를 뜯어내는 공사가 벌어졌다.
이보다 앞서 4일 오전10시 현지에서 마지막으로 출품작가들과커미셔너의 조정회의가 열렸을 때 아무 문제없이 넘어갔던 나무칸막이 문제가 몇몇 작가들 사이에서 다시 제기돼 뜯어내기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한국관을 너무 많이 점유한다는 지적을 받던 이 작가는 결국 나무칸막이를 뜯고 유리벽과 나무판자 사이에 걸어놓았던 자신의 작품을 상징하는 천(토우를 실크스크린한 천)을 걷어냈다.
그리고 4일뒤 이 작가는 한국작가로서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처음으로 공식수상작가속에 포함돼 자랑스럽게 장려상을 수상했다.
한국작가들과 커미셔너,그리고 지원을 맡은 문화체육부.문예진흥원 사이에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났지만우리 작가가 상을 타면서 이같은 일들은 모두 파묻혀 잊혀졌다.
수상때문에 많은 불협화음들이 건성으로 넘어갔지만 비단 베니스비엔날레 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현장에서도 한국미술이 제몫을 찾기 위해서 몇가지 일들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같다.
먼저 협조와 지원문제다.베니스 비엔날레의 한국관은 엄격히 보면 비엔날레에 출품하는 한국작가를 위한 것이다.그 목적이 작품을 위한 유용한 공간,나아가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공간이란 점을 생각할 때 이번에 개관한 한국관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7일 한국관이 개관하기전 이곳을 찾은 국제적인 미술관계자 대다수는 한국관을 보며 『매우 아름답다』,특히 한국의 정자를 연상시키는 발코니부분에 대해 『인상적』이란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이런 말을 한 사람들 대부분이 한국관 안에는 들어가보지 못했다.공사지연으로 그때까지 안에서는 작품설치의 마무리공사가 한창이었기 때문이다.개막식이후 베니스 비엔날레에 막내둥이로등장한 한국관은 단연 관심거리였지만 많은 사람들 이 작품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너무 비좁은 공간에 많은 작가들이 초대됐고,초대된 작가들이 과잉의욕으로 큰 작업들을 들여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테라스가 멋져 한국관은 카페나 부티크로 사용하면 좋았겠다』는 말들이 나왔다.
아시아나전에 초대돼 베니스에 온 이우환씨는 한국관을 보면서 『당장 때려부수고 다시 지어야 한다』고 분개했다.자르디니공원내외국관들 역시 모두 각국의 내로라하는 유명 건축가들이 지었지만그 건물들은 작품을 빛내기 위한 건물이지 건물 을 보여주기 위한 건물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거기다 한국관의 규모에 비해 출품작가 수가 너무 많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다른 문제는 외국전에 대비한 작가의 치밀한 전략부재다.비엔날레의 한국관 준비과정을 지켜본 사람들은 전수천씨의 수상이 당연하다고 했다.그는 이미 지난 2월 베니스를 한번 방문해 현장을 확인하고 치밀하게 준비했다.준비물에는 자신의 작업내용을 알리는 잡지 카탈로그까지 포함돼 있었는데,그것은 개막 당일에 맞춰 부랴부랴 밀라노에 비디오세트를 주문한 작가와는 분명 대조됐다.종합지원을 맡은 문화체육부나 문예진흥원도 충분한 지원을 했다고 볼 수 없다.
적은 예산과 인력으로 모두를 도울 수 없다는 것이 이유인 듯하지만 세계적인 문화시장에서 미술상품을 놓고 경쟁할 경우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라는 단순한 민주적 구호만으로는 안된다는것을 생각해봐야 할 기회였다.
베니스=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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