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최고의 요리사를 꿈꾸는 ‘레미’. 그는 뜨거운 열정과 절대미각, 그리고 누구보다 뛰어난 후각의 소유자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주방의 적’ 생쥐라는 것이다. 레미의 아버지는 멋진 음식을 만드는 데 쓰고 싶어 하는 아들의 후각을 음식물에 든 쥐약을 감지하는 데 이용, 많은 동료의 생명을 건진다. 애니메이션 영화 ‘라따뚜이’의 한 장면이다.
생쥐 같은 동물에 비해 사람의 후각은 훨씬 떨어진다. 그럼, 컴퓨터는? 컴퓨터도 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공코 또는 전자코를 연구해 왔다. 사람의 코 안에는 솜털과 같은 섬모가 있다. 그 표면에 냄새 수용기가 있어 공기 속에 있는 냄새에 의해 자극되면 이를 전기신호로 바꿔 뇌로 전달해 냄새를 판별한다. 인공코에는 탄소나노튜브 유전자(DNA) 등을 이용한 초정밀 바이오센서가 있다. 이 센서는 냄새 분자와 반응해 전기신호로 바뀌는데 컴퓨터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 이 신호를 해석해 냄새를 판별한다. 사람 코는 비슷한 냄새를 계속 맡게 되면 피곤해 냄새를 판별할 수 없지만 인공코는 휴식 없이 지속적으로 냄새를 판별할 수 있다. 음주운전 탐지기도 어찌 보면 원시적인 인공코다.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운전자의 알코올 농도를 검사하지 않는가.
인공코는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오염물을 감지하는데 쓰이기 시작해 썩은 음식물뿐 아니라 가짜 음식물을 감지하는 데도 이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인공코를 이용하면 식품의 수명 기간을 예측할 수 있어 유통 기한이 지난 식품을 속여 파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원산지를 속인 음식물도 감지할 수 있다. 인삼을 전자코에 대면 학습을 통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냄새와 비교해 국내산인지 중국산인지 판명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가짜 향수도 잡아낼 수 있다고 한다. 인공코가 일반화되면 이제 '짝퉁'음식은 '꼼짝 마'신세가 될 것이다.
농업이나 군사용에도 이용할 수 있다. 무당벌레는 해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농사에 이롭지만 포도와 같이 묻어 들어가면 와인 맛을 망치기도 한다. 그런데 무당벌레가 위급한 상황에서 뿜어내는 가스 냄새를 인공코로 판별, 질 좋은 포도주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또한 이탈리아 육군에서는 독가스에서 폭발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위험 물질을 인공코로 탐지할 수 있는 국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공항에서 개가 마약 등을 찾기 위해 코를 킁킁거리는 대신 탑승객이 공항 수색대를 지날 때 인공코가 킁킁거리며 검사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또한 영국의 스트래스클라이드대 연구팀은 사람이 숨을 내쉴 때 인공코가 공기의 냄새를 맡아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즉 숨을 내쉴 때 썩은 사과나 배의 시큼한 냄새 또는 아세톤 냄새가 나면 당뇨를 의심해야 하며, 퀴퀴한 생선 냄새가 나면 간 질환, 코를 찌르는 고약한 냄새가 나면 폐종양, 김빠진 맥주 냄새가 나면 결핵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술이 가정용으로 상용화된다면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서 하품을 하면 화장실에 달려 있는 전자코가 주인의 건강 상태를 점검해 알려 줄 것이다.
인간을 모방하기 위해 인간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다. 미각과 촉각을 가진 컴퓨터도 나오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컴퓨터과학뿐 아니라 화학공학 및 전자공학 등의 통합된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