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만 총통 선거 … 8년 만에 정권 교체 이뤄지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대만 총통 선거를 하루 앞둔 21일 가오슝에서 열린 국민당 마잉주 후보의 선거 유세에서 지지자들이 그의 이름을 외치고 있다. 이날 여당인 민진당의 셰창팅 후보와 마후보는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하며 마지막 유세를 했다. 이번 총통 선거는 대만에서 네 번째 치러지는 직선제 선거다. [가오슝 AP=연합뉴스]

제12대 대만 총통 선거가 22일 실시된다. 야당인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 후보가 앞서가고 있는 가운데 집권 여당인 민진당의 셰창팅(謝長廷) 후보가 막판에 전세를 뒤집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마 후보는 보름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20%포인트 이상의 지지율 차이로 승리해 8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왔다. 그러나 선거 막바지에 티베트 독립시위 사태가 터지면서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셰 후보가 지지율 격차를 10%포인트 내로 좁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오차 범위 내의 치열한 접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지만 결국 마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실시되는 선거에는 민진당이 발의한 ‘유엔가입안’과 국민당이 내놓은 ‘유엔회귀안’에 대한 국민투표도 동시에 진행된다. 선거 결과는 이날 오후 9∼10시쯤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는 대만 총통 선거를 하루 앞둔 21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키티호크 등 2척의 항공모함을 대만해협 부근에 배치하고 24시간 감시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전에서는 한국 출신 대만 화교가 ‘희망지도(希望地圖) 운동’을 주도하고 있어 관심을 끌었다. 시민들의 다양한 희망을 지도처럼 만들어 이를 차기 정부에 전달하고 반영되게 하겠다는 것이다. 하오밍이(52·사진) 다콰이(大塊)출판사 사장은 21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자마자 “운동이 아니라 혁명”이라고 했다.

그는 1956년 부산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한국에서 다녔다. 그는 대만으로 이주해 대만대 국제무역학과를 졸업했다. 두 살 때 하반신 마비증으로 평생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한다. 그러나 장애를 딛고 대만 출판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 올라 대만에선 ‘의지의 화신’으로 통한다. 그가 희망지도 운동을 주도하는 이유는 하나다. 더 이상 서로 차별하지 말자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서로 편을 나누고 이에 따라 시민들도 서로 반목하면 어떻게 중국과의 통일이 가능하고 발전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어릴 적 부산에서 거주하는 동안 느꼈던 한국의 남북분단과 지역감정도 떠올랐다. 그는 지금도 부산에 살고 있는 노모와 식당을 경영하는 누이동생을 만나기 위해 매년 한 번씩 부산을 방문하는데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한국인들이 이념으로 나뉘어 분열된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고 했다.

 희망지도 운동은 지난달 29일 시작됐다. 셰·마 두 후보가 대만의 화합보다는 서로 상대의 약점을 공격하고 비난하는 것을 보고서다. 여기에 유권자들까지 녹색 진영(민진당)과 청색 진영(국민당)으로 나눠 반목하고 싸우는 일을 보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지인들에게 시민지도 운동을 제의하자 55명의 각계 저명인사가 동참을 알려 왔다. 이 중에는 대만의 저명한 작가인 카이시(凱西)·왕원화(王文華)와 대학교수, 대기업, 회사 사장 등이 다수 포함돼 있다. 시민의 호응은 폭발적이다. 희망지도 인터넷 사이트(hopemap.net)를 비롯한 150개 인터넷 사이트와 블로그, 전국 61개 서점 등을 통해 20일까지 8826개의 대만인들의 희망사항이 접수됐다. 목표는 300만 개다. 이렇게 접수된 희망사항은 다음 달 11일 예정된 포럼에서 토론과 정리를 거쳐 차기 정부에 전달될 예정이다.

그러나 두 후보는 21일에도 상대 후보 비난에 열을 올렸다. 셰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마 후보가 지금까지 47억 대만달러(약 154억원)를 들여 유권자들에게 향응을 제공했으며 검찰이 당장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마 후보를 몰아붙였다. 이에 마 후보는 “그럴 돈이 있지도 않고 돈이 있다 해도 그럴 수도 없다”며 셰 후보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받아쳤다. 또 계속되는 티베트 유혈사태를 거론하며 마 후보를 맹공했다. 마 후보의 주장대로 중국과 하나의 시장,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면 대만 역시 제2의 티베트가 된다는 것이다.

정치평론가인 샤샤오쥐안(夏曉鵑) 스신(世新)대학 교수는 선거 후 대만정치는 정치인의 편가르기 정치가 아니라 시민이 원하는 화합과 발전의 정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형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