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파산제도 가능할까-G7정상회담 主의제 계기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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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국가도 기업처럼 파산(破産)할 수 있다? 이번 선진7개국(G7)정상회담의 주요의제로 떠오른 「국가파산제도」가 관심을 끌고있다.낯설고 참신한 구상이라는 점에서 그렇고,과연 성사될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그렇다.
국가파산제란 국제통화기금(IMF)으로 하여금 재정위기가 위험수위(水位)를 넘어선 나라에 파산선고를 내리게 한 뒤 채무동결.회생절차를 주도하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상아탑에서나 간간이 논의돼 온 국가파산 개념이 위정자들에 의해 본격거론된 것은 지난해 12월 국제금융시장을 혼돈으로 몰고간 멕시코 외환위기에서 비롯됐다.국제금융불안이 갈수록 고조되는가운데 동남아.남미등 신흥시장(이머징마켓)에서 제2의 멕시코사태가 재현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우려였다.
논의의 주도자는 미국과 캐나다.미국의 대표적 신진경제학자이자클린턴 美정부의 경제정책 실세인 제프리 삭스 하버드大 교수가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그러나 국가파산제는 일단 구상단계를 벗어나지 못할 공산이 크다.여타 선진국들의 태도가 냉담하기 때문이다. 우선 시행상의 어려움이 많다.파산선고를 받은 정부는 최소한 경제정책에 관한 주권(主權)을 상실하고 파산법정(IMF)지배 아래 들어가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다.
게다가 국가파산제 문제를 가장 먼저 거론한 미국의 동기 가운데 순수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된다.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맹주인 미국이 멕시코 사태를 뒷감당하느라 홍역을 치르고 나서 채무국 원조문제를 IMF에 보다 많이 분담시키려 한다는 것이다.주로 악성채무국들로 분류되는 남미국가들을 돕는 일이 독일이나 일본으로서는 달가울리 없다.
〈洪承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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