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랑에 푹 빠진 화제의 일본인 2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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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토박이 뺨치는 안동문화 전도사
시 공무원으로 변신 국제화 앞장선 오가타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문화관광산업과 오가타 게이코입니다.”

밝은 목소리의 안동시 공무원 오가타 게이코(緖方惠子·31·사진). 그녀는 한국인으로 착각할 만큼 우리 말이 유창하다.

오가타는 일본 구마모토(熊本)를 떠나 한국으로 유학온 지 7년, 안동시에 임용된 지 5년째를 맞는다. 그는 요즘 안동 사람보다 안동을 더 사랑하는 안동문화 전도사로 변신했다.

그는 2003년 일본인으로는 국내 최초로 한국 공무원이 된 뒤 관광 안내뿐 아니라 도산서원·하회마을 등 각종 안내판과 홍보물 번역 등을 맡아 안동의 국제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지난 5년간 일본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에 한달에 한번 안동을 소개하는 기사를 연재해 일본인이 안동을 찾도록 만들었다. 또 한일 문화교류 사이트인 ‘코넥스’에도 안동의 관광정보를 알리고 있다.

아리랑TV는 오가타의 활약상을 전세계에 방영했고, 인터넷 사이트인 ‘안동넷’은 ‘일본 친구 게이코의 좌충우돌 한국 생활’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오가타는 지난해 안동 출신 재일교포의 호적을 찾아준 걸 보람으로 여긴다. 70년 전 한국을 떠난 재일교포 안동 권씨가 무슨 파인지를 몰라 도움을 요청하자 그는 시청 호적담당 공무원과 함께 자료를 뒤져 친척을 찾아주는 것은 물론 족보까지 고치도록 했다.

또 지난해 10월엔 자신의 고향인 구마모토현 야츠시로 시립박물관에서 열린 ‘조선고면특별전’에 하회탈로 추정되는 조사 작업에 통역으로 동참하기도 했다. 오가타의 도움으로 조선고면은 하회탈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오가타는 “처음엔 안동 문화를 잘 몰라 따로 공부하느라 힘이 들었다”며 “앞으로 다른 일본 언론에도 안동을 알리는 일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한·일 오가며 한국 지적학 공부
대구 경일대 석사과정 입학한 토다

일본 교토(京都)에서 토지가옥조사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토다 카즈아키(戶田和章·51·사진).

오사카 긴키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18년간 토지가옥조사사로 활동해 온 토다는 올해 경일대 도시정보·측지지적공학과의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한국의 지적학을 배우기 위해서다.

토다는 “한국의 지적학이 세계 최고인 걸로 안다”며 “앞으로 동아시아 각국의 지적제도를 비교 연구하고 싶다”고 전했다.

토다가 한국의 지적학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6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국제 지적 학술대회’에서 경일대 이범관 교수를 만났다. 그는 토지가옥 조사를 하면서 재일교포 호적을 열람하기 위해 틈틈이 한국어를 배웠다.

그동안 한국어 지적 서적을 일본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당시 학술대회에서 통역을 맡은 토다는 한국의 지적학에 매료돼 행사가 끝난 뒤 이 교수와 e-메일을 주고받았고, 마침내 유학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이 교수는 토다의 지도교수를 맡아 비행기로 오가는 그를 돕기 위해 대학원 수업을 금·토·일 사흘로 몰아 주었다. 경산에 머무는 동안은 대학원생 숙소도 함께 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교수는 “지적학은 한글·태권도와 더불어 40여년 역사를 가진 한국이 종주국”이라며 “대학원 유학을 희망하는 외국인이 해마다 늘고 있다”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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