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업체 작년 적자 1000억 오죽하면 가격담합 요구했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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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가격 담합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한 협회가 있다. 닭고기 생산업체들의 모임인 한국계육협회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공동행위(담합) 인가 신청을 냈다. 폭등하는 사료값 때문에 정상적인 경영이 어렵다는 것이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이 같은 요구를 한 서성배 회장의 말을 들어봤다.

-왜 이런 요구를 했나.

“국제 옥수수 값이 최근 1년 새 두 배로 뛰면서 사료값도 1년 동안 28%나 올랐다. 농가의 생산비에서 사료비 비중이 50%를 차지할 정도다. 소는 볏짚 등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닭은 곡물사료밖에 쓸 수 없기 때문에 타격이 크다.”

-닭 판매가격을 올리면 되지 않나.

“닭고기는 소·돼지와 달리 도매시장이 없다. 일반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가격 등락이 심하다. 게다가 영세농가가 출혈경쟁으로 닭값을 떨어뜨리고 있다. ”

-담합은 시장논리에 어긋나는데.

“닭고기 생산업체들이 지난해 무려 100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적자만이라도 면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성을 보장해 달라는 거다.”

-담합을 하면 닭값이 오르지 않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외국산과 경쟁을 앞두고 있는 판에 값을 무작정 올릴 순 없다. 내수시장에서는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고 대신 수출 쪽으로 길을 틀 생각이다.”

-레미콘 업체들도 이미 담합 인가 요청을 냈다가 1월에 기각됐다.

“오죽 어려우면 그런 요구 했겠나 .”

특별취재팀 : 양선희·장정훈·이철재·손해용·한애란 기자(이상 경제부문),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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