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유학생들 베이징서도 촛불시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중국 당국의 강력한 대응으로 티베트(시짱·西藏) 자치구 수도 라싸(拉薩)에서의 시위는 진정되고 있다. 그러나 티베트 시위대의 투항을 촉구하는 최후 통첩 시한이 만료된 18일 라싸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인권단체인 ‘티베트를 위한 국제 투쟁’은 “매우 긴장되고 무시무시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라싸의 온라인 정보 사이트 ‘티베트인포넷’은 “상점들의 문은 여전히 닫혀 있으며 주민들은 집에서 얼마 남지 않은 양식으로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안팎에서 티베트 독립에 동조하는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수도 베이징(北京)에서도 처음 동조 시위가 일어났다. 17일 오후 7시30분(현지시간)쯤 베이징 하이뎬(海淀)구 중앙민족대학 국제교육대 건물 앞마당에서 티베트 유학생 60여 명이 라싸 시위에 동조하는 연좌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은 촛불을 들고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시위가 시작된 직후 경찰 수백 명이 출동해 학생들을 포위하고 행인들과의 접촉을 차단했다. 학교 정문도 봉쇄됐다. 시위가 벌어지자 교수들이 나서서 시위 학생들에게 해산할 것을 종용했다. 경비원들은 학교 건물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학생들을 제지하기도 했다.

목격자들은 “학생들이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현장을 벗어나려 했으나 거의 3시간 동안 갇혀 있었다”고 말했다. 시위 학생들은 이날 오후 11시쯤 전원 기숙사로 돌아갔다. 중국 당국은 라싸 주변으로 티베트 독립 요구 시위가 번질 것을 우려해 칭하이·쓰촨·간쑤성 등 인근 지역 경계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스위스 로잔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 앞에서는 티베트인 150여 명이 중국 정부에 제재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올림픽 성화가 티베트 지역을 통과하는 것을 막아 달라고 요구하는 한편 로게 위원장에게 중국 정부의 유혈 진압에 대한 공식적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네팔 카트만두에서도 17일 티베트 망명자 350여 명이 유엔 건물 밖에 모여 티베트 유혈사태에 대한 유엔 차원의 조사를 촉구했다.

이날 일본 도쿄의 중국 대사관 앞에서도 일본인 등 80여 명이 중국의 티베트 지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영국 런던에선 티베트인 200여 명이 중국 대사관에 계란과 토마토 등을 던지며 항의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