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ESTATE] 일산 상권 ‘대표 주자’ 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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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MBC 방송제작센터가 들어서면서 일산신도시 상권이 활기를 띠고 있다. 사진은 방송제작센터 인근의 복합쇼핑몰 웨스턴돔.

공급 과잉, 경기 침체로 위축돼 있던 일산신도시 상권에 봄바람이 분다. 지난해 말 MBC의 방송제작센터(드림센터)가 들어서면서 중심 상권인 정발산역 일대 상가가 활기를 띠고 있다. 10~20대를 중심으로 상가 이용객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비어 있던 이 일대 상가에 주인이 생겨나고 드림센터 주변 쇼핑몰은 문을 연 지 1년도 안 돼 적지 않은 권리금이 형성됐다. 상권의 중심축이 종전 롯데백화점·라페스타권에서 드림센터 일대로 움직이는 현상까지 벌어지면서 희비가 엇갈린다. 인근 오피스텔도 연일 상종가다.

◇봄바람 몰고 온 드림센터=지난해 12월 문을 연 드림센터는 지상 10층 1개 동에 연면적 7만8400㎡ 규모다. 630석 규모의 공개홀과 드라마 세트장 등을 갖췄다. MBC 예능·드라마국 직원과 관련 회사도 서울 여의도에서 드림센터와 그 주변에 새 둥지를 튼다. 이들 회사의 임직원만 1만5000여 명.

드림센터는 이들 외에도 서울 등지에 사는 10~20대 젊은 층을 대거 일산 중심 상권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공개방송이나 드라마 촬영이 있는 날엔 연예인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인파로 한바탕 소란이 벌어진다. 드림센터 인근의 MBC공인 정순국 소장은 “일산은 물론 서울 등지에서 몰려드는 젊은이들로 드림센터 주변 상권에 생기가 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주변 상권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고 있다. 드림센터 바로 옆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 웨스턴돔은 문을 연 지 1년이 채 안 됐는데 권리금이 1억원을 호가한다. 매매가에는 분양가에 8000만~1억원가량의 웃돈이 붙었다.

웨스턴돔 이성훈 과장은 “시설 면에서 기존 복합쇼핑몰인 라페스타와 차별화하고 30~40대 고객을 타깃으로 고급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골라 입점시킨 것이 주효했다”며 “특히 드림센터가 문을 열면서 10~20대까지 유입돼 상권 활성화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 과잉으로 공실에 시달려야 했던 웨스턴돔 주변 중소형 상가도 덩달아 인기다. MBC공인 정 소장은 “웨스턴돔에 입점하지 못한 상인들이 주변 중소형 상가로 눈길을 돌리면서 공실이 줄고 권리금도 보통 3000만~5000만원씩 올랐다”고 전했다.

MBC 임직원 및 관련 회사 이주로 주변 오피스텔도 상종가다. 드림센터 맞은편의 SK엠시티 105㎡는 현재 보증금 3000만원에 월 120만원 선으로 드림센터 개관 이후 임대료가 월 10만~15만원가량 뛰었다. 매매가도 마찬가지다. 135㎡는 올 들어 2000만원가량 올라 4억6000만원 안팎에서 매물이 나온다.

◇상권 중심축까지 바꿔놓나=그동안 정발산역 상권을 이끌어온 복합쇼핑몰 라페스타는 울상이다.

미관광장을 사이에 두고 웨스턴돔·드림센터와 마주하고 있는 라페스타는 인공 보행로를 만들고 보행로 주변으로 상가를 배치한 이른바 스트리트형 상가다. 지금의 정발산역 상권을 만든 주인공이다.

또 특이한 형태로 방송 드라마에 자주 나오면서 호수공원과 함께 일산의 명물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라페스타의 주고객인 10~20대가 드림센터 쪽으로 이동하면서 빈 상가가 늘고 권리금도 1년 전에 비해 5000만원가량 내렸다. 인공 보행로 안쪽 1층 66㎡대 상가 권리금이 지난해 1억5000만원 선이었으나 지금은 1억원 선으로 떨어졌다.

인공 보행로 반대편 상가는 권리금이 없는 곳도 적지 않다. 주로 식·음료점이 있는 2층에는 빈 상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상가뉴스레이다 선종필 사장은 “신도시 상권이 그렇듯 일산 상권은 외부 수요보다는 내부 수요가 대부분인 데다 공급 과잉으로 일부 상가는 분양한 지 1년이 넘도록 미분양에 시달리고 있다”며 “상권 중심축을 따라 임대수익률을 꼼꼼히 계산한 뒤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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