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 금속을 확보하라 … 세계 광산업계 M&A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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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해 7월 호주의 세계 2위 광산업체 리오틴토가 캐나다 최대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알칸을 381억 달러에 인수키로 했다. 이에 앞서 같은 해 5월 미국의 알루미늄 업체인 알코아가 알칸에 제시한 280억 달러보다 32.8% 더 높은 가격이다. 합병이 완료되면 리오틴토의 알루미늄 생산량은 420억t으로 늘어 세계 최대가 된다.

지난해 말에는 이렇게 덩치가 커진 리오틴토를 같은 나라 세계 1위의 광산업체인 BHP 빌리톤이 1490억 달러를 제시하며 인수 의향을 전했다. 종전 최대 금액인 리오틴토와 알칸의 인수합병(M&A) 거래대금의 4배가 넘는 거액이다.

자원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자원 메이저업체 간 M&A가 새로운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는 18일 ‘세계 자원전쟁의 향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2006년 이후 M&A 거래대금이 급증해 수퍼 메이저의 출현이 임박했다고 전망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자원기업의 M&A 거래는 200억∼300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2006년부터 10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이 연구소의 유승록 수석연구위원은 “광물의 수급조절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으로 메이저업체 간 대형 M&A가 추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까지가 에너지를 둘러싼 전쟁이었다면 앞으로는 자동차와 전기·전자 산업에 필수 요소인 희소 금속으로 급속히 번질 조짐”이라고 전망했다. 자원의 무기화 가능성도 경고했다.

◇석유 쟁탈전이 광물자원 확보전으로=광산업체들이 이처럼 합종연횡한 배경은 근래 철광석·석탄·망간 등 석유 이외의 광물자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데 있다. 광물자원의 경우 매장 지역이 한정돼,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광산을 많이 확보할수록 경쟁력이 우위에 서게 된다.

광물 주요 소비국들이 수퍼 메이저의 출현을 경계하는 연유는 자명하다. 희소 금속의 공급이 막히면 제조 생산라인을 멈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조물에 들어가는 희소 금속의 양은 얼마 되지 않지만, 이게 없으면 완성품을 만들 수 없다. 바나듐의 경우 남아공이 전 세계 생산량의 42%를, 중국이 34%를 점한다. 생산량 상위 3개국에서 텅스텐은 96%, 크롬은 81% 수준이다.

유 위원은 “희소 금속의 공급원이 한정돼 있는 만큼 제조업의 ‘아킬레스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에서도 희소 금속의 재활용률을 높이고, 희소 금속의 대체재를 찾는 연구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2050년까지 누적 수요량을 따져본 결과 납·주석·아연·구리·니켈은 수요가 총 매장량을 훨씬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공정에 들어가는 인듐의 경우 2050년까지 누적 수요량이 채산성을 유지하면서 캐낼 수 있는 경제적 매장량의 72배에 달했다. 당연히 값이 치솟을 수밖에 없는 수급 구조다.

◇자원의 무기화를 막아라=러시아는 2000년대 초 자원기업의 국유화를 거쳐 가스 수출국 기구의 결성을 추진하는 등 동맹 형성 단계를 지나 현재는 가스 해외공급의 일시 중단과 대폭적 가격인상을 통해 자원을 무기화하고 있다. 중남미 국가도 베네수엘라 주도로 2000년부터 에너지 동맹을 논의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대미 석유수출 중단 등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중국은 아직 무기화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2006년 인도와 함께 친디아 에너지 동맹 결성을 추진하는 등 동맹 형성 단계에 진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원 소비국이나 자원 수요업체 간에 자원 선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 광산업체의 합병 움직임에 철강업체들이 광산 투자에 적극 나서는 것도 같은 이유다. 세계 최대 철강회사인 아르셀로미탈은 지난해 미국의 몰리브덴 광산기업의 지분 12.6%를 확보한 데 이어 남아공에 망간 합작사를 세웠다. 포스코도 지난해 미국의 몰리브덴 광산 개발회사 지분 20%를 1억7000만 달러에 사들였다. 고급 철강재에 들어가는 몰리브덴 가격은 2002년 1t에 6600달러 하던 것이 현재 6만6000달러로 10배로 뛰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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