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경마이야기>인공수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사람은 암말이 발정기인지,아닌지 알 수 없지만 수말은 한눈에귀신같이 알아차린다.
수말은 발정기 암말의 소변을 냄새 맡으면 윗입술을 하늘로 향해 드러내놓고 웃는 시늉을 한다.그러나 실제로 웃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암말의 뒷발에 채여가면서 배란시기를 파악,교배시기를 알아내는 시정마(試精馬)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암말이 교배후 임신하는 확률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암말의 생식기 구조가 특이해 정자가 자궁입구의 웅덩이에 빠져 착상에 실패하기때문이다.
임신이 됐다 하더라도 새끼를 잘 낳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특히 쌍둥이를 임신한 말이 정상분만,새끼를 품에 안을 가능성은 1%도 되지 않는다.말은 쌍둥이 임신확률이 20%나 되는데 정상분만이 이처럼 어렵기 때문에 수의사들은 쌍둥이가 임신된 것이확인되면 즉시 인공유산을 시도,불상사를 미리 방지한다.
통계상 교배한 말이 정상적으로 새끼를 낳을 수 있는 확률은 60%정도에 지나지 않는다.수의사들은 눈부시게 발전한 유전공학과 인공수정을 동원해 우수한 말을 손쉽게 많이 얻을 수 있는데도 어려운 자연분만을 유난히 고집하고 있다.그 이 유는 무엇인가. 인공수정은 기술적으로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하지만 인공수정을 하게 되면 모든 마주가 명성이 뛰어난 특정한 암말만 찾게될 것이 뻔하고 이것은 근친번식으로 이어지게 된다.결과적으로 나쁜 유전인자가 출현,말의 개량이라는 본래의 뜻과 멀어지게 된다. 인공수정은 경마 본래의 취지와도 어긋난다.즉 경마는 말의능력을 검정하는 기능을 갖는데,인공수정보다 자연교배에 의해 생산된 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훨씬 더 객관적이다.경마를 혈통게임이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