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유혈폭동 뒤 어디론가 숨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티베트 수도 라싸(拉薩)에는 완전한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이틀간의 유혈 폭동이 지나간 뒤 시민들은 어디론가 숨어 버렸다. 중국 당국은 시위대에 17일 밤까지 자진 투항하라는 최후통첩을 발표한 상태다. 최후의 결전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라싸에 머물고 있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제임스 마일스 중국 특파원이 17일 전한 현지 표정이다. 그는 “극도의 긴장감이 라싸를 감싸고 있다”고 전했다. 마일스에 따르면 거리에는 시위가 남긴 파편들과 불타 버린 차들이 널려 있다. 시위대의 함성은 잦아들었다. 좁은 골목길에서조차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무장경찰 등 진압병력이 주요 도로를 점거하고 있다. 이따금씩 총격 소리가 도시를 울리고 있다.

창바 푼콕(向巴平措) 시짱(티베트)자치구 주석은 17일 “폭도들의 범죄행위로 인해 무고한 민간인 1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숫자는 지난 주말보다 3명 증가한 것이다. 티베트 망명당국은 사망자가 수백 명에 이를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창바 주석은 “추가 폭력행위 방지를 위해 라싸 일대에 장갑차가 배치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격용인 전차는 배치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BBC 등 외신들도 티베트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 “라싸에 더 이상 시위는 발생하지 않고 있으나 치안병력이 추가 파견되고 검문검색이 강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영자 신문 차이나 데일리는 “라싸가 이틀간의 격렬한 시위 끝에 안정을 되찾았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도심 주요 거리에 있는 상점들이 문을 열었고 승용차와 택시가 운행을 재개했다”고 전했다.

공무원과 일부 주민은 쓰레기를 치우고 뒤집힌 차량과 오토바이들을 옮기고 있다. 끊겼던 전력 공급도 재개됐다. 신화통신은 티베트 전력공사 사장의 말을 인용, “14일 시위로 파손된 전력시설 수리 작업이 완료됐다”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한국 교민의 피해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한국 교민 10여 명이 라싸에 체류하고 있다는 얘길 들었다”며 “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철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