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에 실린 속초 산불, 아파트 인근까지 덮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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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0일 오후 강원도 속초시와 고성군 등에서 잇따라 산불이 발생, 민가로 번지면서 주택 50여채가 불에 타고 주민 2000여명이 대피했다.

오후 1시22분쯤 속초시 노학동 한전 변전소 뒷산에서 발생한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근처의 속초상고와 부영아파트 단지 옆을 거쳐 성우아파트 인근 외옹치까지 7~8㎞가량 번지며 임야 등 10여ha를 태웠다.

이 불로 청대리와 온정리 논산마을 주택 55채가 전소돼 11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기업체 연수원과 마을회관에 분산 수용됐다. 그러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불이 나자 속초시는 민방위 동원령을 내렸고 공무원.군인.소방대원 등 5100여명이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워낙 바람이 세게 불어 불을 끄는 데 애를 먹었다. 대포동 농공단지 뒷산으로 번지던 불길은 오후 11시쯤 잡혔다.

주민 김춘옥(78.여.조양동 온정리)씨는 "오후 1시40분쯤 연기가 집안에 가득 차 인근 아파트 앞으로 대피했으나 곧 집에 불이 옮겨붙어 순식간에 모두 탔다"고 말했다.

속초시는 산불이 민가로 번지자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려 청대리 50여가구, 부영아파트 700여가구 등 2000여명의 주민이 청대초등학교 등으로 대피했다. 속초상고 등 인근 3개 중.고교생 3500여명도 오후 1시40분쯤 수업을 중단한 채 귀가했다.

산불이 나자 부영아파트.주공4차 아파트 일대는 앞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심한 연기 속에 주민들이 대피하느라 소동이 벌어졌으며, 교통통제로 시내를 관통하는 7번 국도를 비롯해 속초 시내의 교통이 마비돼 혼잡을 빚었다.

경찰은 강풍에 고압선이 끊어지면서 생긴 불꽃으로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주민이 버린 담뱃불이 원인이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속초에 이어 오후 4시10분쯤에는 고성군 간성읍 금수리 고성산에서 산불이 발생, 고성경찰서 쪽으로 번져 직원들이 한때 대피하는 소동을 벌였다.

이날 강원 중북부 산간과 동해안 지역에는 폭풍주의보가 내려졌으며 속초지역은 한때 초속 23.5m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속초=이찬호.홍창업.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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