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SBS "옥이이모" 서정.해학.재미 쏠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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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요즘엔 드라마의 내용이나 배경이 화려하다고 해서 불평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드라마의 주인공은 으레 매우 예쁘거나 잘생긴 사람들이고 그들이 사는 집은 당연히 담이 높으며 넓디 넓은 정원이 갖춰져 있다.자동차도 국산대형차 정도론 안되 고 외제 무개차나 스포츠카가 등장해야 봐줄만하다는 말을 듣는 실정이다.
이같은 시각에서 본다면 지난달 14일부터 방송을 시작,8회까지 방영된 SBS주말극『옥이 이모』(김운경 극본.성준기 연출)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이 드라마엔 딱히 주인공이랄 인물이 없고 다만 얼굴이 시커먼 시골 사람만 수두룩하게 나온다.60년대 경상도 시골을 배경으로 풀빵장수와 뻥튀기장수,솥때우는 사람과 선술집 작부들이주요인물로 등장하는가 하면 출연자 전부가 억센 사투리를 쓰고 있다. 얼핏보면 투박하다는 인상을 주지만 여기엔 아련한 추억을불러일으키는 힘 이상의 깊이가 있다.구슬이 쩔렁거리는 주머니를한손에 움켜쥔 채 아버지 죽음을 알리려 삼촌에게 달려가는 열한살짜리 상구의 천연덕스러움이나 이빠진채 궁상스럽게 살아가는 삼촌의 가난이 잔잔한 여운을 남겨준다.
무엇보다『옥이 이모』의 재미는 감칠맛 나는 대사에 있다.때로는 다 늙은 어른의 푸념처럼 들리다가도 때로는 영락없는 어린애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상구의 내레이션은 이 드라마의 압권이다.최근 등장한 넝마주이의 재치 있는 대사도잔잔한 웃음을 주기에 충분하다.이같은 대사의 묘미는 작가 김운경의 역량이 『옥이 이모』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되고 있다는 증거다.그러나 아직까지는 드라마 초반인 탓인지 시청자를 의식,코미디인지 드라마인지 구분이 안될 만큼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자주 연출되고 있는 것이 작은 아쉬움을 남겨놓는다.그럼에도 불구하고『옥이 이모』는 엄청난 제작비를 들이고도 유사한 분위기 때문에「차별화」에 실패하고 있는 여타 드라마와는 달리 서정성과 해학을 겸비,푸근한 감동과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할 것 같다.
李殷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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