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문화부 균형감각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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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4일 강원도 춘천시 서면 현암리 종합애니메이션 개발센터인 스톱모션스튜디오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를 받기 전에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왼쪽부터 김진선 강원도지사, 유인촌 장관, 이 대통령, 박흥수 강원정보문화진흥원장. [사진=김경빈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강원도 춘천의 애니메이션 박물관 ‘스톱모션 스튜디오’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를 받았다.

유인촌 장관은 “콘텐트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경제 효과도 크기 때문”이라고 장소 선정 이유를 밝혔다. 대통령은 “내가 워낙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다. (서울시장 때) 프랑스 안시에서 열리는 만화 페스티벌까지 다녀왔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한승수 총리(강원 춘천)도, 국방부 장관(이상희·강원 원주)과 통일부 장관(김하중·강원 원주)도 강원도 출신이니 이번 내각은 강원도 내각이라고 할까”란 가벼운 농담으로 업무보고를 시작했다. 하지만 과거 문화부 업무에 대한 질책이 곧바로 터져나왔다.

이 대통령은 “문화부는 이제까지 그 중요성에 걸맞은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고 군기를 넣은 뒤 “문화 콘텐트 사업은 성장 동력 주력사업이니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도 문화부가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다잡았다. 이 대통령은 “너무 중요한 업무들을 문화부에 다 넣어 놓았는데, 공직자들의 과거와 같은 발상으로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며 “기업은 아무리 생산성을 높여도 1년에 10∼20% 올리기가 힘들지만 공직자의 생산성은 100% 올릴 수 있다”고 효율적 조직 정비와 정신무장을 강조했다.

이날 이 대통령이 내놓은 키워드는 ‘균형된 감각과 새로운 시각’이었다. 특히 정부의 순수예술 분야 지원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과거 문화부는 문화 창달이나 예술 창작에 있어서 균형된 감각을 갖고 정책을 펴지 못했다”며 “정부가 편협한 생각을 가져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순수 문화예술의 범위는 좌에서 우로, 상에서 하까지 광범위하게 넓다. 이 넓은 범위를 정부가 모두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제한 없고 자유로운 창작활동이 보장돼야 순수문화 장르에서도 한류(韓流)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창작지원 활동이 색깔이나 코드에 따라 불공정하게 이뤄졌던 과거의 관행에서 탈피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국정홍보처 폐지 이후 문화부로 이관된 국가홍보 업무는 이 대통령의 중요한 관심사였다. 이 대통령은 “과거 홍보처의 폐단을 없애고, 문화부가 균형된 감각을 갖고 대한민국의 브랜드를 세계시장에 내놓아야 한다”며 “개인이 아닌 한국을 홍보해야 하고, 편협한 홍보가 아닌 브랜드 가치 홍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서승욱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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