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 위기론은 엄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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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상파의 인기 프로들이 케이블·위성 방송을 장악하고 있다. 사진은 MBC의 오락 프로 ‘황금어장-무릎팍도사’.

날로 치솟는 제작비와 광고수입 감소. 시청률 하락. 그리고 젊은 시청자들의 이탈. 다채널 다매체 시대, 지상파 방송사의 위상이 날로 추락하고 있다는 아우성이다. 이름하여 ‘지상파 위기론’. 그러나 지상파 위기론은 다소 과장됐으며, 지상파 콘텐트의 위력은 뉴미디어 시대에 더 막강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광고정보’ 3월호에서 “광고수익이 줄었다는 점만을 부각시켜 지상파 위기를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소비 패턴이 다양해졌을 뿐) 실제 지상파 프로 소비는 줄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아직도 시청률 50%를 육박하는 드라마(‘주몽’)가 나오며 ‘이산’‘무한도전’ 등이 연일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고 있음을 근거로 들었다.

또 젊은 시청자들이 TV에서 이탈한 듯 보이지만 인터넷에서 소비되는 동영상의 상당수가 지상파 프로로, 실제 총 소비는 줄지 않았다고 추정했다. 치솟는 제작비도 결국은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고, 시청률을 높이며, 광고수익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오명환 용인송담대 교수도 같은 잡지에서 “‘뉴미디어의 성공 여부=뉴 콘텐트 수급 여하’라는 공식은 초입부터 어긋났고, ‘뉴’의 존립마저 ‘올드’의 파워에 의존하는 것이 우리의 미디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지상파의 위기가 곧 지상파 콘텐트 파워의 실종이나 악화로 직결되지 않으며, 케이블이나 IPTV 등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은 지상파에 새로운 수익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상파 콘텐트는 여타 매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MBC의 인기 프로 ‘황금어장’은 2007년 12월 한 달간 타 매체에서 178회나 방송됐다. ‘무한도전’은 150회, ‘사랑과 전쟁’은 125회, ‘상상플러스’는 124회였다. 지상파의 계열사 PP뿐 아니라 일반 오락채널들까지 지상파 콘텐트가 싹쓸이해 ‘지상파 재방채널’이라는 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올 8월경 출범 예정인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IPTV) 또한 킬러 콘텐트를 지상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IPTV는 지상파 재전송(실시간 방송)에 가위 사활을 걸고 있으며 지상파들은 콘텐트 유료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말 위성DMB사업자인 TU미디어가 MBC와 연간 20억원 재송신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서다. 한 관계자는 “과연 보편 서비스인 지상파 재전송의 유료화가 타당한가라는 문제가 있지만 지상파들이 신규 미디어들이 출연할 때마다 유료화를 내걸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위기론은 엄살”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2006년을 기점으로 지상파의 수익상황이 개선된 것이 눈에 띈다. 방송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04, 2005년 연속 감소세이던 지상파의 총 매출액은 2006년 총 3조7060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4.6% 증가했다. 박영은 영화진흥위원회 전 연구원은 “신규 플랫폼이 계속 출현하는 가운데, 한국 지상파 방송사들이 MCP(Master Content Provider)로 변신하고 있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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