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86) 서울 구로갑 민주당 장성호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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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의원을 포함해 우리 정치인들은 그동안 당의 지시로 움직이는 기계나 다름없었습니다. 정치인으로서 나름의 철학과 소신이 있어야 하는데, 당론에 끌려다녔죠. 정치 개혁 입법 과정에서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이라면 당론에 매이지 않고 소신대로 투표하겠습니다.”

서울 구로갑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장성호(41) 지구당위원장은 “일부 공천이 이른바 상향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치권력화한 정당의 완고한 장벽을 허물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정치인은 가장 힘들 때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가장 편안할 때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의 그런 설레임으로 출발점에 섰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후회 없는 정치 인생을 살겠습니다.”

장 후보는 한국 정치로 모교인 건국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충북 영동생인 그는 청주고를 나와 육사에 진학했다. 2학년까지 ‘군인의 길’을 걷던 그는 정치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퇴교를 하고 사병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그리고 재입학한 곳이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석·박사를 따고 나서 환경 시민단체인 한국그린넷청소년연맹에 몸담았다. 2001년엔 평화운동연합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첫 사무총장을 맡았다.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는 포퓰리즘적인 대중 선동을 중단하고 이성을 회복해 국정을 제대로 돌보라고 충고했다.

▶한국그린넷청소년연맹 평화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성호 후보가 아파트 주민들과 분리수거를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국민의 정부’에서 ‘참여정부’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기대도 하고, 변화도 내다봤습니다. 처음엔 권력과 언론에 대해 거리를 두는 듯했는데, 이런 시도는 권력을 쥐기 위한 이중의 방어기제였다는 인상이 짙습니다. 결국 기대와 변화는 절망과 혼란으로 이어졌죠.”

그는 이 정부가 내세우는 참여 정치에 대해서도 반론을 폈다. 나라가 안정됐을 땐 국민에 의한 정치가 바람직하지만 요즘처럼 경제가 나쁘고 사회적으로 불안할 땐 국민을 위한 정치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정부는 참여 정치도 국민을 위한 민생 정치도 실패했다고 강변했다.

장 후보는 정치 개혁이 화두인 시대에 한국 정치를 전공한 학자로서 국회에 들어가면 정치 개혁을 야심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정치는 새로운 전문가들을 부르고 있습니다. 전문가 정치 시대를 열기 위해선 국회의원들도 공부를 해야 돼요. 공부는 아무래도 사고가 유연한 젊었을 때 해야죠. 젊은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구로갑에서 출마하는 후보들 중 그동안 NGO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실천하는 전문가는 제가 유일합니다.”

▶ 육사 43기인 장 후보는 정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군인의 길’을 접었지만 육사생도 시절은 절차탁마를 배운 소중한 나날들이었다고 회고했다. 사진=지미연 월간중앙 기자

그는 지역구인 구로의 현안으로 영등포교도소·구치소 이전을 첫손꼽았다. 10년이 넘도록 풀지 못하고 있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전을 추진할 전문기관 내지는 전담반을 정부 주도로 만들고 ▶도시계획 설계사·법률가·경제학자·문화연구가 등으로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이들 자문단의 조언을 바탕으로 ▶이전 부지 물색, 해당 지자체와의 조율, 이전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 추정, 이전 후 문화복합단지로의 활용 방안 연구 등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학력과 무관하게 지역에서 각 분야의 브레인들을 끌어들여 ‘구로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전문 그룹’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구로 발전 프로젝트를 생산할 지역 단위의 씽크 탱크다.

“구로구는 산업화 시대 중추적 도시였습니다. 그 시절의 공단 이미지가 남아 있고, 영등포교도소·구치소 이전이 선거 때마다 현안인 지역이죠. 이런 구시대의 이미지를 벗고 살 맛 나는 동네로 거듭나도록 힘을 보태겠습니다. 아직 저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지만, 이번에 ‘무대’에 오르면 무언가 꼭 해 드리겠다고 약속할 수 있습니다.”

주 진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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