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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처,두번째 회고록서 또 강력비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철나비 마거릿 대처 前영국총리가 또다시 후임자인 존 메이저 現총리를 혹독하게 비판하고 나서 영국 정계가 뒤숭숭하다.
대처는 곧 출간될 두번째 회고록 『권력에로의 길』(The Path to Power)에서 메이저가 보수당을 분열시킨데다 경기후퇴를 불러왔고 유럽연합(EU)에 매달려 영국 주권을 대폭 포기한,한마디로 「목표가 없는 인물」이라고 「매도 」한 것.대처의 이같은 혹평에 대해 일반인들의 첫 반응은 대처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괴(女怪)메두사처럼 점잖은 페르세우스 메이저를위협하는 저급한 정치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메두사는결국 페르세우스에 의해 퇴치된다).
그러나 영국 언론은「대처,폭풍을 몰고오다」(데일리 메일),「대처 공격에 메이저 분노」(인디펜던트)등의 제목 아래 93년10월 대처가 첫 회고록에서 메이저를 비판하면서 일어났던 열띤 논쟁이 재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시 대처는 메이저를 가리켜『머리만 좋은 하찮은 인간』(anintellectual li-ghtweight)이라고 표현해 보수당 안을 발칵 뒤집어 놓았었다.
선데이 타임스에 연재를 시작한 대처의 두번째 회고록은 그녀의유년시절에서부터 79년 다우닝街 10번지(영국총리관저의 별칭)의 여주인이 될 때까지의 과정을 밝힌 다음 책 뒷부분 4개장에걸쳐 메이저를 비판하는 것으로 구성돼있다.여기 서 대처는 정치문제에 대해 광범위하게 언급하면서『영국은 법과 질서가 잘못돼가고 있다』며 정부는 일반복지부문보다 범죄예방과 퇴치에 주력하라고 요구했다.
대처는 또 메이저가 영국을 유럽의 심장으로 만들겠다며 유럽 공동환율메커니즘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옹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지난 50년 이래 최악의 경기후퇴를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메이저의 정책은「양보」만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문제를 쌓아놓았다가 훗날 다른 사람에게 몰래 떠넘기려 하면서도이같은 사실을 국민들이 모르기만 바라는 꼴이라는게 대처의 가혹한 진단이다.대처 진영에서는 이런 무자비한(? )비판이 결과적으로 야당인 노동당에 반사이익을 주고 보수당 내의 유럽연합 반대파에도 힘을 보태는등 파문이 확산되자『그녀의 발언 진의는 유럽 발전을 위한 것이지 메이저총리 개인을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니다』고 서둘러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처의 표적이 메이저총리임은 분명하다.
대처가 메이저를 몰아붙이는 이유는 일종의 「배신감」때문이라는의견이 있다.자신이 후계자로 지명한 메이저가 집권 후 자신의 정책을 변경하고 그로 인해 그녀가 11년6개월의 집권기간동안 구축했던 「강력한 영국」「강력한 보수당」의 기반이 흔들린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대처의 비판은 특히 메이저가 최근 실시한 지방선거에서 패배한직후 나온 것인데다 다가올 중간선거에서도 승산이 불투명한 상태여서 메이저 진영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메이저는 아직 직접 대응은 자제하고있다.다만 측근을 통해 불편한 심기를 언론에 흘리는 정도다.그리고 대처가 집권 내내 그토록 강조했던 조국을 향한 충성심을 대처 스스로 저버리고 있다는 일각의 반응이 반사적으로 그에 대한 동정심으로 확산되는 것에 위안을 받고 있기도 하다.
李憲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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