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질주’에서 나오는 스핀 턴은 이렇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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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랠리(WRC) 드라이버 출신인 다나베 인스트럭터는 오버ㆍ언더 스티어를 이용한 효과적인 코너 공략과 방지책을 집중 지도했다.

코너를 돌 때 차량 꽁무니가 돌아 튕겨나가는 오버 스티어 억제는 일반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운전 기법이다. 오버 스티어가 발생할 때 핸들을 재빠르게 튕겨나가는 반대 방향으로 꺾어주는 카운터 스티어가 필요하다. 또 당황한 나머지 급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오히려 차량이 더욱 급격하게 회전하게 된다. 따라서 카운터 스티어와 동시에 엑셀을 살짝 더 밟아주는 게 요령이다. 역으로 언더 스티어의 경우에는 브레이크를 밟아 감속을 하면 언더 스티어가 줄어들어 핸들링이 가능하게 된다.

설명은 쉽지만 실제 몇 초도 안 되는 순간에 이를 그대로 수행하기란 반복적인 연습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전문 드라이버라면 타고난 동물적 감각이 중요하지만 톱 드라이버로 만드는 것은 꾸준한 연습이라는 게 다나베의 지적이다.

아우디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ADE)의 교육 내용은 ▶차량과 노면 상태를 살펴보는 워밍업 ▶빙판길 급브레이크 테스트 ▶위급 상황에서 장애물을 피하게 해주는 사이드브레이크 턴 ▶미끄러운 노면 위에서 핸들링과 액셀러레이터 조작을 배우는 스핀 턴 ▶ESP(차체자세제어장치)로 코너링 진입ㆍ탈출 방법을 익히는 코너링 코스 ▶ESP를 끈 상태로 빙판 길 코너링에서 진행방향을 유지하는 슬라럼 코스 실습으로 진행됐다.

뒤로 후진하는 차가 갑자기 180도 회전을 해 반대방향으로 질주하는 스핀 턴 장면은 액션 영화의 단골 손님이다. 실제는 일반 도로에서 필요한 기술이지만 빙판이라는 미끄러지기 쉬운 점을 이용해 간단하게 익힐 수 있다. 아스팔트 도로라면 빙판보다는 2배 이상 거리가 필요하다.

이론적 방법은 간단하다. 강하게 엑셀을 밟아 차량을 후진시킨 뒤 핸들을 왼쪽(또는 오른쪽)으로 180도 정도 꺾으면 약간의 미끄러짐(스핀)이 발생하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회전한다. 이 때 변속기 위치를 드라이브(D) 위치로 이동시키면서 엑셀을 밟아 주면 차량이 180도 회전해 반대 방향으로 주행할 수 있게 된다. 강사들은 영화의 스턴트맨처럼 스핀 턴을 손쉽게 해낸다. 실습에 들어갔지만 타이밍을 맞추기 쉽지 않다. 차량이 스핀을 할 때 어떤 순간에 드라이브로 변속기를 옮기고 엑셀을 밟아주느냐 하는 점이다. 조금이라도 빠르거나 늦게 엑셀을 밟으면 차량은 180도보다 크거나 작게 회전을 한다. 세 번의 실습 가운데 한번은 제대로 스핀 턴을 해냈다. 스핀 턴은 공터(대형 주차장)에 눈이 쌓인 날 아마추어도 손쉽게 도전할 수 있는 운전기법이다. 빠른 속도로 달리지 않는 데다 200평 정도의 공터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아마추어들이 무작정 스핀 턴 도전에 나섰다가는 차량 파손은 물론 안전사고가 날 수 있으니 조심하시길)
빙판길 급브레이크 테스트는 잠김방지브레이크(ABS)에 대한 적응 훈련이다.

빙판에서 ABS는 제동거리를 10% 이상 더 늘려준다. 하지만 핸들이 잠기지 않아 원하는 방향으로 핸들을 돌려 장애물을 피해 갈 수 있도록 해 준다. 문제는 ABS를 작동시키려면 발끝에 악력(握力)이 확실하게 느껴질 만큼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데 있다. 다나베는 “대부분 초보 운전자나 여성 운전자들이 위험 순간에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지 못해 ABS를 작동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안전교육을 통해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는 연습을 해보는 것 만으로도 사고를 방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빙판이나 눈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어다. 윈터(스노우) 타이어가 아니면 사륜구동 차량이라도 맥을 못 춘다.

하지만 빙판 주행에서 아우디 콰트로의 접지력은 예상을 뛰어 넘었다. 일반 차량이라면 오버ㆍ언더 스티어를 견디지 못해 코너에 처박히기 일쑤이겠지만 콰트로는 앞뒤 골고루 분배되는 구동력을 통해 코너를 얄밉게 돌아 나간다. 물론 네 바퀴 모두 접지력을 잃을 만큼 빠른 속도로 코너에 진입할 경우에는 콰트로도 당해내기 어렵다. 또 빙판길에선 때론 ESP를 작동하지 않는 것이 접지력을 높일 때도 있다. 전후 좌우 구동력을 자동으로 배분하는 콰트로의 기계 작동이 빙판 곳곳마다 네 바퀴를 통해 느껴진다.

<아우디 콰트로 접지력은 ‘짱’>

6시간 교육을 끝내고 실제 주행을 해보면서 적용하는 기회가 왔다. 1㎞ 정도의 트랙 코스를 ‘타임 트라이얼(출발부터 도착까지 걸린 시간으로 승부를 가르는 레이스)’로 측정한다.

기자는 7번째다. 빨간색 S4를 배정받았다. S4는 아우디의 소형차인 A4의 고성능 버전이다. 아반떼 크기의 차량에 무려 V8 4200㏄급 엔진이 달렸다. 최고 출력은 344마력에 달한다. 무엇보다 대단한 것은 이런 고성능 엔진을 달고도 차체가 비틀어지지 않는 단단한 차체 강성이란 점이다. 이런 점에선 아우디는 세계 정상급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8초로 진정한 스포츠 세단이라고 부를 수 있다.

빙판길이라 엑셀을 마구 밟았다가는 코너를 일탈하기 쉽다. 이럴 경우에는 아예 등수 밖으로 밀려난다. 결국 코너를 얼마나 빠르게 돌아나가는 지가 승부의 관건이다. 중간에는 아이콘을 두 바퀴 연속해서 돌아나가는 코스도 있다.

시동을 걸자 즐거운 엔진음이 들려온다. 엑셀을 살짝 밟아 스타트... 교관 없이 코너를 달린다. 가속은 문제없다. 첫 코너에서도 제법 빠르게 돌아 나왔다. 문제는 지름 5m 정도로 재빨리 아이콘을 회전하는 차례다. 아뿔사! 너무 빨리 사이드 브레이크 턴을 시도했나 보다. 차체가 한없이 미끄러진다. 최소한의 회전 반경이 승부의 요인이었는데 결국 실패한 셈이다. 결과는 20명 가운데 중위권에 머물렀다. 교육 내용을 체화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모양이다. 참가자들의 랩타임은 1분29초~2분 정도다.

하지만 이번 테스트에서도 콰트로의 위력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참가자 20중 한 사람도 정해진 트랙을 벗어나지 않았다. 콰트로를 처음 접해보는 운전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손쉽게 사륜 구동의 접지력을 배운 셈이다.

콰트로는 전륜에 달린 엔진의 동력을 후륜에 전달하는 긴 샤프트가 들어가 있어 일반 차량보다 약 50∼100㎏ 무겁다. 따라서 연비도 같은 전륜구동 차량에 비해 5% 정도 나쁜 편이다. 하지만 안전을 생각한다면 콰트로의 접지력은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요긴한 장치다. 특히 달리는 즐거움을 즐기려면 콰트로는 필수가 아닐까 한다.

나가노(일본)〓 김태진 기자 tjkim@joongang.co.kr

<필자 소개> ‘어떤 차를 사면 좋을까요,어떤 차가 가장 좋나요’ 필자가 자주 받는 질문이지만 가장 어렵우면서도 어리석은(?) 질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국내외 시승만 600여회, 어떤 차를 사느냐보다는 ‘나와 어떤 차와 가장 잘 어울리는 지’가 현명한 선택일 듯 싶다. 요즘은 ‘1人3役’은 해야만 먹고 살수 있다고 한다. 중앙일보 이외에 현재 일본자동차기자단 멤버로, 요코하마국립대 경영학 박사과정(자동차산업론전공) 중인 만학도(晩學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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